라이프10

보완수사권의 정치학

김용민한병도정청래김민석곽상언이소영이주영정점식

175 대 2, 그리고 하나의 기권

2026년 7월 31일 국회 본회의. 재석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이 숫자로 가결됐다. 1954년 제정 이래 72년간 검사가 쥐고 있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형사소송법 제196조에서 통째로 들어낸 법이었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원칙 1개월, 연장 1개월 안에 이행해야 한다는 시한이 새로 박혔고,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고소인·피해자를 넘어 고발인까지 넓어졌다. 그러나 이 법을 진짜 전쟁터로 만든 건 제327조였다. 중대한 위법수사나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는 법원이 아예 기각할 수 있다는 조항. 여당은 이것을 대법원 판례의 명문화라 불렀고, 국민의힘은 재판 중인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면죄부라 불렀다. 같은 조문을 두고 이름조차 합의되지 않은 채, 178명의 계산이 175와 2와 1로 갈라섰다.

김용민

김용민 : 제196조를 지운 사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이 개정안의 실체적 설계자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규정한 제196조를 조문째 들어내고, 보완수사를 '요구' 방식으로 일원화한 시한 규정까지 그의 손에서 짜였다. 특히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그가 주도해 추가한 제327조 공소기각 사유 신설은, 이후 여야가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최전선이 됐다. 본회의에 오르기 전, 개정의 최종 문장은 이미 그의 책상 위에서 확정돼 있었다. 나중에 정치인들이 벌인 모든 명분 싸움은, 사실 그가 그린 조문 위에서 벌어진 싸움이었다.

한병도

한병도 : 24시간을 계산한 사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한병도는 표결을 성사시킨 실무 총지휘자였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종결동의를 낸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무제한 토론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규정, 그는 이 시계를 정확히 계산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켰다. 김용민이 설계한 조문이 법률로 확정되려면 이 표결 시계가 반드시 필요했다. 표 단속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국민의힘을 표결 불참으로 밀어냈지만, 정작 자신의 당 안에서 두 표를 붙잡지는 못했다.

정청래

정청래 : 슬로건을 선점한 사람

당대표 경선 후보 정청래에게 이 법안은 정책이자 슬로건이었다. "72년 만의 검찰개혁 완수"를 당권 경쟁의 최우선 문구로 내걸고, 그는 강경한 입법 드라이브를 당 전면에서 이끌었다. 개혁 완수라는 명분을 가장 먼저 선점한 사람이 경선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다. 표결이 끝난 뒤에도 그의 슬로건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그것은 경선 유세장의 문구로 자리를 옮길 참이었다.

김민석

김민석 : 표를 결속시킨 사람

같은 당권 경쟁 대열의 김민석은 정청래와 다른 자리에서 일했다. 수사·기소 분리의 당위성을 당내에 설파하며 이탈표 발생을 조용히 차단하는 것, 그것이 그의 실무였다. 정청래가 명분의 깃발을 들었다면, 김민석은 그 명분을 실제 찬성표로 바꾸는 후방 작업을 맡았다. 그러나 그의 결속에도 두 개의 틈은 막지 못했다. 175표 뒤에는, 결속되지 않은 3표가 따로 있었다.

곽상언

곽상언 : 노무현의 이름을 돌려준 사람

곽상언 의원은 민주당 내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표결 직후 SNS에 "국민 고통이 눈에 보이고, 곧 다가올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어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으랴"라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그는 앞서 열린 당내 토론회에서 한병도 원내대표를 향해 더 날카로운 말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을 말했지만, 제도를 만드는 일은 개인적 원한을 푸는 일이 아니다."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소환되던 이름을, 정작 그 이름의 사위가 명분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셈이었다.

이소영

이소영 : 완충 장치를 먼저 제안한 사람

변호사 출신 이소영 의원은 민주당 내 유일한 기권표를 던졌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완충 장치 없이 보완수사권을 일시에 없애는 속도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이미 그는 홍기원 의원과 함께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겨두는 대안 법안을 공동 발의해 둔 상태였다. 곽상언의 반대가 명확한 이견이었다면, 이소영의 기권은 방향에는 동의하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신호였다. 그 신호는 표결판에서 반대도 찬성도 아닌, 세 번째 숫자로 남았다.

이주영

이주영 : 돈과 힘을 말한 사람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거대 양당 밖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표결 후 "돈이 있어야만 제대로 변호받을 수 있고 힘이 있어야만 비로소 보호받을 수 있게 만드는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당의 오만과 야당의 대응 실패를 함께 겨눴다. "여당의 오만과 민주당의 경솔함이 피해자는 내내 기다리게 하고 가해자는 내심 기뻐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거대 양당의 진영 논리 밖에서, 그의 반대는 수사 역량 공백이 결국 약자에게 돌아간다는 독립적 경고였다.

정점식

정점식 : 이름을 붙인 사람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점식은 필리버스터와 표결 불참을 총지휘한 저지의 총사령관이었다. 그는 국회 통과 직후 제327조를 정면으로 겨눴다.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한 조항은 누가 봐도 재판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며, 이 법에 '이재명 탈옥법'과 '이재명 방탄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의석수로 국회 안에서 막지 못하자, 그는 싸움을 대통령의 책상과 헌법재판소로 옮겼다.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무너뜨린 위헌 입법이라며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청구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 지휘 아래, 이미 다음 전선의 첫 병사가 단상에 올라 있었다.

김미애

김미애 : 자정까지 버틴 사람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 김미애 의원은 형사소송법 통과 직후 곧바로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 —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330일에서 90일 안팎으로 줄이는 법 —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단상에 올랐다. 그는 이 법을 "국회를 민주당의 거수기로 만드는 독재 악법"이자 "입법 절차적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규탄했다. 자정,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며 그의 무제한 토론은 자동 종결됐다. 법안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가 단상에 서 있던 시간만큼은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갈 대치 시계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로 남았다.

이재명

이재명 : 10월 2일 앞의 결정권자

대통령 이재명은 이 법의 최종 서명·공포권자이자 재의요구권 행사의 최종 결정권자다. 김용민이 지운 제196조, 한병도가 계산한 24시간, 정청래와 김민석이 결속시킨 175표, 그리고 정점식이 '방탄망'이라 부른 제327조까지, 정치권 전체의 셈법은 결국 그의 서명 한 번으로 좁혀진다. 서명하면 오는 10월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함께 72년 만의 신체제가 열린다. 거부하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간다. 어느 쪽을 택하든, 그는 곽상언과 이주영이 던진 두 표의 우려와 정점식이 예고한 헌재행 소송의 무게를 함께 짊어져야 한다.

입법 주도 세력에게 이 법은 72년 만의 완수이자 당권 경쟁의 명분이었다. 균열표를 던진 이들에게 이 법은 방향은 맞되 이름 붙은 사람과 속도, 그리고 남겨진 공백이 문제였다. 저지에 나선 세력에게 이 법은 국회에서 진 싸움을 대통령의 책상과 헌법재판소로 옮겨야 할 이유였다. 같은 제327조를 두고 누군가는 판례의 명문화라 부르고 누군가는 탈옥법이라 부른다. 178표는 175 대 2 대 1로 확정됐지만, 그 숫자를 둘러싼 이름 붙이기 싸움은 10월 2일 공소청이 문을 여는 날까지, 어쩌면 그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