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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재명은 연임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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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듯 끝나지 않는 질문

2026년 5월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연단에 선 이재명 대통령은 개헌 구상을 설명하며 헌법 제128조 제2항을 직접 인용했다. "개헌 당시 재임 중인 대통령에게는 연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장이었다. 스스로 연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셈이었다. 그것으로 질문은 끝난 듯 보였다. 그런데 두 달여 뒤인 7월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 선 조정식 국회의장의 입에서 다른 답이 나왔다.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적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대통령 본인이 이미 닫아 놓은 문을, 국회의장이 다시 열어젖힌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열흘 남짓,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그리고 당 바깥의 목소리들이 저마다 다른 무게로 이 질문에 다시 답해야 했다.

조정식

조정식 : 어쩌면 의도한 한마디

조정식 국회의장은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정무특보를 지낸 인물이다.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야권의 연임 개헌 반대 주장에 "시기상조 아닌가"라면서도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말을 얹었다. 개헌특위나 자문위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보수 야당이 "정권 연장의 검은 속내"라 몰아붙이자 그는 페이스북에 "헌법 제128조 제2항은 존중되어야 하며 현직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했다. 그러나 이미 불씨는 옮겨붙은 뒤였다.

조원철

조원철 : 동기이자 변호인이었던 사람의 대답

조원철 법제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과거 형사사건 변호인이었다.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그는 개헌 시 이 대통령이 연임제 적용 대상이 아니냐는 질의에 "헌법에 의하면 그렇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곧바로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법제 행정을 총괄하는 기관장이 명확한 위헌 판정 대신 가치 판단의 여지를 남긴 셈이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애매한 해석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민석

김민석 : '현재까지는'이라는 세 글자

전 국무총리이자 현 민주당 의원인 김민석은 대정부질문에서 "현재까지는 법적으로 대통령 연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시점을 한정한 이 표현은 향후 헌법 개정이나 부칙 구성 방식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로 읽혔다. 조정식의 "국민 선택론"과 궤를 같이하는 문장이었다. 세 글자, "현재까지는"이 여권 지도부 내부의 셈법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재명

이재명 : 닫았지만 열어 둔 문

정작 이 소란의 한가운데 있는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답을 내놓은 상태였다. 5·18 기념식에서 그는 "우리 헌법상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겐 적용이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공약했지만,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함께 못 박은 것이었다. 그런데 두 달 뒤, 자신의 이름을 건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그가 이미 닫아 둔 문을, 그의 사람들이 다시 열어 보이고 있었다.

우원식

우원식 : 전임자의 방파제

전 국회의장 우원식은 개헌 논의가 부상할 때마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 왔다. "중임이나 임기 관련 개헌을 하더라도 당해 대통령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후임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뒤에도 그의 입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조정식이 흔든 것을 다시 붙잡아 세우는 역할을 자임했다.

한병도

한병도 : 원내의 방어선

원내대표 한병도는 야당이 여권의 개헌 추진을 "연임 빌드업"으로 몰아가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야당의 주장을 "국가 미래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무책임한 거짓 선동"이라 질타하며 헌법 제128조 제2항의 법적 불가피성을 원내 차원에서 되풀이했다. 조정식의 말 한마디가 만든 틈을, 그는 원내대표라는 자리에서 메워야 했다.

정청래

정청래 : 동료를 향한 진단

당대표 후보 정청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정식의 발언을 직접 짚었다. "헌법 128조상 현직 대통령은 효력이 없다고 이미 돼 있다"고 재확인한 뒤, "조 의장이 원론적 이야기를 하다가 기자들에게 낚인 것 같다. 디테일에 약했다"고 말했다. 동료를 두둔하면서도 동시에 흠을 짚는 문장이었다. 전당대회를 앞둔 그에게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 곧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일이기도 했다.

송영길

송영길 : 대통령의 본뜻을 대신 말하는 사람

역시 당대표 후보인 송영길은 조정식의 발언을 "오해의 소지가 있고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규정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의 본뜻도 현직 연임 불가가 확실하다"며 대통령이 직접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대신 증언했다. 국회 20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개헌의 구조적 불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당권 경쟁 속에서 그는 대통령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었다.

윤건영

윤건영 : 음모론이라는 규정

윤건영 의원의 문장은 가장 단호했다. "현행 헌법상 불가능한 것이며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그는 야당이 제기하는 연임 개헌설 자체를 근거 없는 정치적 음모론으로 규정했다. 다른 이들이 헌법 조항을 인용하며 조심스럽게 선을 그을 때, 그는 논쟁의 틀 자체를 부정하는 쪽을 택했다.

유시민

유시민 : 이재명 정권에 던진 경고장

작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유시민은 친명계 일각의 연임 개헌 구상과 정계 개편론에 법적·정치적 직격을 가했다. "헌법 제128조 제2항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며, 1987년 헌법의 핵심인 직선제와 단임제 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성사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 논란이 계속될 경우 선거 정국에서 진보 진영 전체에 치명적 악재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진영 내부가 아니라 그 바깥에서 울리는 경고음이었다.

화두 제시파에게 "국민의 선택"이라는 말은 개헌 협상의 주도권을 쥐는 지렛대다. 원칙파에게 "소급 불가"의 재확인은 흩어진 리스크를 서둘러 봉합하는 방화벽이다. 유시민에게 이 논쟁 자체는 진보 진영이 감당할 수 없는 사치다. 조정식 한 사람의 문장이 열흘 남짓한 사이 아홉 개의 다른 문장을 불러냈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그 열흘 동안 단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그 조문을 두고 몇 명이, 얼마나 다급하게 입을 열어야 했는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