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10

스페이스X의 (언)히든 피겨스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상장하고 팰컨9 은퇴 수순에 들어간 2026년, 일론 머스크 한 사람의 이름 뒤에서 영업·법무·인허가·운용·품질·비행을 떠받쳐 온 여성 9명을 한 줄로 세운다.

그윈 숏웰실라 매코클캐시 루더스로런 드레이어스테파니 베드나렉제시카 젠슨세라 워커케이트 타이스

두 개의 발사대

2026년 10월 7일 낮 12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다섯 번째로 하늘에 올랐다. 실은 것은 초소형군집위성 2~6호 5기와 큐브위성 10기, 모두 15기다. 이륙 13분여 뒤부터 위성이 차례로 떨어져 나갔고, 15기가 전부 분리됐다. 누리호가 한 번에 실어 나른 위성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같은 해 지구 반대편에서는 다른 퇴장이 진행 중이다. 8월 25일,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40번 발사대에서 팰컨9이 스타링크 위성 29기를 싣고 올라갔다. 플로리다에서 쏘는 마지막 팰컨9 스타링크 발사로 계획된 비행이었다. 스페이스X 발사 담당 부사장 키코 돈체프는 동부 해안의 한 시대가 끝났다고 했다. 사흘 전 머스크는 스타십이 안정적으로 날기 시작하면 생산 자원을 스타십으로 돌리겠다고 X에 썼다. 스페이스X는 2028년부터 팰컨9 임무 대부분을 접을 계획이다. 700회 가까이 날았고 2025년 한 해에만 165회를 쏜 로켓이 은퇴 수순에 들어갔다.

그 사이 6월 12일, 스페이스X는 나스닥에 상장하며 750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이 회사를 설명할 때 사람들은 대개 한 사람의 이름만 댄다. 그 이름 뒤에 가려진 9명이 있다.

그윈 숏웰

그윈 숏웰 : 로켓보다 먼저 판 계약

2002년, 그윈 숏웰은 소형 발사체 기업 마이크로코즘의 우주 시스템 디렉터였다. 페이팔을 판 일론 머스크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스페이스X에 새 사업개발 책임자가 필요하다고 직언했다. 머스크는 그 자리를 숏웰에게 내밀었다. 한 번 고사했던 그는 그해 9월 사업개발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몇 번째 직원이었는지는 기록마다 일곱 번째와 열한 번째로 엇갈린다.

숏웰은 로켓이 한 번도 날기 전에 발사 계약을 약 10건 팔았다. 2008년 12월에는 약 16억 달러 규모의 나사 화물 보급(CRS) 계약 협상을 이끌었고, 직후 사장에 올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했다. 2020년 크루 드래건 유인 발사와 2022년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협상도 그의 몫이었다. 2026년 6월 12일 상장일, 머스크가 스타베이스에서 화상으로 참여하는 동안 뉴욕 나스닥 현장을 지킨 사람이 숏웰이다. 상장 전 공개된 이사회 8인 명단에서 여성 이름은 그 하나였다.

스페이스X의 매출표는 그가 로켓보다 먼저 판 계약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그가 이끈 회사의 상장 서류에는 빈칸이 하나 있었다.

실라 매코클

실라 매코클 : 빈 의자 옆의 변호사

2026년 6월 4일, 블룸버그 로는 스페이스X의 상장 신고 서류에 전담 법무총괄(GC)이나 최고법무책임자 이름이 없다고 보도했다. 직전 법무총괄은 2021년에 회사를 떠났다. 그 빈자리 주변에서 공개 자료로 확인되는 이름이 실라 매코클이다.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24년 4월부터 스타십 법무·규제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십 비행에는 연방항공청(FAA)의 발사 면허가 따라붙는다. 로켓이 빨라질수록 서류도 함께 빨라져야 한다.

매코클의 일은 대부분 보도되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그 스타십이 만들어지는 곳은 텍사스 남쪽 끝이다.

캐시 루더스

캐시 루더스 : 발주처에서 공장으로

1969년 7월, 도쿄에 살던 캐시 루더스의 가족은 아버지가 깨워 아폴로 11호 달 착륙을 함께 지켜봤다. 대학에서 재무를 공부하며 월가를 꿈꾸던 그는 기계공학을 공부하던 룸메이트를 보고 진로를 바꿨다. 두 아이를 키우며 편도 2시간 반 거리를 통학해 산업공학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나사 화이트샌즈 시험시설에서 시작한 경력은 31년 이어졌다. 2014년 상업 승무원 프로그램 매니저가 된 그는 스페이스X와 보잉 두 팀을 동시에 관리했다. 2020년 5월 30일, 크루 드래건 Demo-2가 2011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우주비행사를 쏘아 올렸다. 2주 뒤 그는 여성 최초로 나사 유인 우주비행 조직의 수장이 됐다. 수락을 망설이던 그에게 남편은 이 자리는 그가 아니라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5월, 루더스는 감독하던 쪽에서 감독받던 쪽으로 건너갔다. 숏웰에게 직접 보고하는 스타베이스 총괄 매니저였다. 2024년 12월에는 스타베이스를 시(市)로 법인화하는 주민투표를 열어 달라는 서한을 카운티에 보냈다. 발주처의 감독관이 공장장이 됐다. 공장이 로켓을 만든다면, 그 로켓이 올린 위성을 각국 하늘에 여는 일은 또 다른 사람의 몫이다.

로런 드레이어

로런 드레이어 : 하늘의 통관 담당

로런 드레이어는 2006년 스페이스X에 들어왔다. 베일러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텍사스A&M대학교에서 MBA를 공부했다. 경영진 직속 수석 운영 엔지니어로 사업개발·재무·리스크관리·인사를 두루 거친 뒤 2020년 중반 스타링크 팀으로 옮겼다.

지금 직함은 스타링크 사업운영 부사장이다. 국가별 인허가와 신규 시장 출시가 그의 일이다. 2023년 10월 카자흐스탄 포럼에서 외딴 지역 학교 대상 시범 서비스를 발표했다. 2025년 4월 도하에서는 무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최고고문을 만나 출시 준비를 매듭지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얀마의 사기 범죄 거점으로 의심되는 시설 주변 단말 2,500대 이상을 차단했다고 공개했다. 2026년 6월 인도 승인이 보류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익명 취재원에 기댄 오보라고 반박했다.

위성은 궤도에 오르는 순간이 아니라 그 나라의 허가가 떨어지는 순간 서비스가 된다. 그 허가를 받으려면 먼저 팔 물건과 살 고객이 있어야 한다.

스테파니 베드나렉

스테파니 베드나렉 : 의회에서 고객사로

스테파니 베드나렉은 버지니아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했다. 우주정책 연구소와 업계 단체, 오비탈 사이언시스를 거쳐 2008년 스페이스X에 합류했다. 첫 보직은 정부업무 매니저였다. 상대는 의회와 연방기관이었다. 2014년 1월 조지아공대 강연에서는 상업 우주선 개발과 정부와의 민관협력 방식을 설명했다.

그 뒤로 명함이 바뀌었다. 2016년에는 상업 사업개발 어카운트 매니저, 2020년에는 북·남미 담당 상업판매 디렉터였다. 지금은 상업판매 부사장으로 발사 고객과 위성 제조사와의 글로벌 관계를 총괄한다. 2020년 2월 소형위성 콘퍼런스에서는 '발사 사업자 고르기' 패널에 나섰다.

정책의 언어로 출발해 계약의 언어로 건너간 경력이다. 계약서에 서명이 끝나면, 고객을 실제 임무로 데려가는 부서가 일을 넘겨받는다.

제시카 젠슨

제시카 젠슨 : 화물에서 사람으로

2017년 2월 17일, 케네디 우주센터 프레스 사이트. 화물 보급 임무 CRS-10 발사 전 기자회견에 스페이스X 측 발표자로 나선 사람은 드래곤 미션 매니지먼트 디렉터 제시카 젠슨이었다. 그해 12월 CRS-13, 이듬해 6월 CRS-15 기자회견에도 같은 직함으로 섰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짐을 나르는 드래곤의 임무 운용을 대표하는 자리였다.

2022년 4월 27일, 크루 드래건 프리덤이 크루-4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39A 발사대를 떠났다. 그날 나사 기자회견에 나온 젠슨의 직함은 고객 운영·통합 부사장이었다. 나르는 대상이 화물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사이 그의 명함도 바뀌었다.

젠슨이 2017~2018년에 달고 나섰던 드래곤 미션 매니지먼트 디렉터 직함은 2021년 이후 다른 이름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다시 등장한다.

세라 워커

세라 워커 : 돌고래가 마중 나온 날

세라 워커는 조지아공대에서 항공우주공학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 재학 시절엔 치어리더였다. 그가 스페이스X에 들어갔을 때 이 회사에서 궤도 발사에 성공한 로켓은 네 대뿐이었다고 회고한다.

2021년 6월, 드래곤 미션 매니지먼트 디렉터로서 CRS-22 브리핑에 나와 1년 사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낸 다섯 번째 드래곤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3월 18일, 9개월 넘게 정거장에 머문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를 태운 드래곤 프리덤이 플로리다 탤러해시 앞바다에 내려앉았다. 그날 저녁 나사 귀환 기자회견에 스페이스X를 대표해 나온 사람은 워커 한 명이었다. 그는 회수 현장에 나타난 돌고래 무리를 언급하며 캘리포니아 해역에서도 그만큼 돌고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워커는 자신의 역할을 나사·민간 고객과 회사를 잇는 창구이자 임무 팀의 관리자로 설명한다. 발사 때는 미션 컨트롤 콘솔에 앉는다. 워커가 콘솔에서 화면을 볼 때, 화면 밖 시청자에게 그 순간을 설명하는 목소리가 따로 있다.

케이트 타이스

케이트 타이스 : 품질 관리실에서 온 목소리

케이트 타이스는 2012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산업공학 학위를 받고, GKN을 거쳐 2015년 대학 동문의 권유로 스페이스X에 들어왔다. 생산 공정 개선을 맡는 린 퍼실리테이터, 프로그램 신뢰성 엔지니어를 거쳐 지금은 품질시스템 엔지니어링 선임 매니저로 AS9100 인증과 품질경영시스템을 총괄한다.

발사일이면 그는 웹캐스트 진행석에 앉는다. 그가 진행한 크루 드래건 Demo-1 중계는 2019년 나사·스페이스X 팀에 에미상을 안겼다. 2023년 4월 20일 스타십 첫 통합 비행시험에서 기체가 폭발하자, 발사탑을 벗어난 뒤의 모든 과정은 덤이었다는 취지로 정리했다. 2024년 10월 13일 5차 비행에서 슈퍼 헤비 부스터가 발사탑의 '젓가락' 팔에 붙잡히자 공학 역사책에 남을 날이라고 외쳤다.

품질 엔지니어가 결함을 찾는 사람이라면, 중계석의 그는 성공을 가장 먼저 확인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9명 가운데 단 한 명은 그 중계 화면 속으로 직접 들어갔다.

세라 길리스

세라 길리스 : 직접 탄 사람

세라 길리스는 바이올린을 배우던 학생이었다. 고교 시절 콜로라도대 볼더 강좌에서 만난 전직 나사 우주비행사 조 태너의 권유로 공학을 택했다. 2015년, 대학 3학년에 스페이스X 인턴이 되어 드래곤 실내를 사람이 직접 조작하며 검증하는 시험을 맡았다. 2017년 8월 정규직이 된 뒤에는 우주비행사 훈련 프로그램 구축에 핵심 역할을 했고, Demo-2·크루-1·인스피레이션4 승무원을 포함해 60명이 넘는 우주비행사를 훈련시켰다.

2024년 9월 10일, 그는 폴라리스 던 미션 스페셜리스트로 직접 드래곤에 올랐다. 이튿날 약 1,400km 고도에 이르며 동료 안나 메논과 함께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나간 여성이 됐다. 9월 12일에는 첫 상업 우주유영에서 재러드 아이작먼에 이어 두 번째로 해치 밖에 나가 약 7분 15초간 선외활동을 했다. 서른 살, 역대 최연소 우주유영이었다. 다음 날 궤도에서 바이올린으로 '레이의 테마'를 연주했고, 6개국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지상에서 합주했다.

남을 훈련시키던 사람이 훈련받은 대로 해치를 열었다. 길리스는 2026년 현재 나사 행정관 선임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숏웰·베드나렉·드레이어·매코클에게 스페이스X는 파는 회사였다. 로켓보다 먼저 계약을 팔고, 정책의 언어를 계약의 언어로 바꾸고, 각국 하늘의 문을 허가로 열고, 연방 규제의 서류를 감당했다. 루더스·젠슨·워커에게 스페이스X는 데려가는 회사였다. 발주처의 감독관으로, 고객의 창구로, 귀환 회견장의 대표로 사람과 화물을 궤도까지 데려가고 다시 데려왔다. 타이스와 길리스에게 스페이스X는 보여주고 올라탄 회사였다. 한 사람은 성공의 순간을 세상에 설명했고, 한 사람은 그 순간 속으로 직접 들어갔다.

팰컨9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지금, 로켓은 바뀌어도 이 회사를 굴려 온 방식은 그대로 남는다. 계약을 따고, 허가를 얻고, 고객을 데려가고, 결과를 보여주는 일이다. 그 일을 해 온 아홉 명 가운데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한 명이다.

누리호가 위성 15기를 떼어 놓은 오늘, 이 9명의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히든 피겨스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이름이 생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