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10

정치평론가들의 지형도

강성필서용주강수영박원석장성철송영훈윤희석김준일

네 개의 의자

여의도에는 국회의사당 말고 의석이 하나 더 있다. 라디오 스튜디오의 패널석이다. 보통 진행자 한 명을 사이에 두고 의자 네 개가 마주 놓인다. 왼쪽 두 자리와 오른쪽 두 자리다. 의석수는 선거가 정하지만, 이 의자의 주인은 섭외가 정한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의 테이블이 대표적이다. 라이프러리가 선정한 10인 가운데 확인된 사람만 7명이 이 테이블을 거쳐 갔다. 2026년 9월 3일 그 의자에는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출신이 앉았다. 다음 날인 9월 4일에는 국민의힘 전 대변인이 같은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같았고 셈법은 정반대였다.

이 의자에서 나오는 것을 '마이크 권력'이라 부를 수 있다. 법안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다음 날 아침 법안을 어떻게 볼지는 정한다. 그리고 이 마이크 뒤에는 거의 언제나 누군가 서 있다. 정당일 때도 있고, 당 안의 계파일 때도 있고, 아직 창당하지 않은 세력일 때도 있다.

강성필

강성필 : 팀 김어준을 겨눈 친명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난 강성필은 국회부의장실 보좌관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관을 거쳤다. 2024년 12월 16일에는 공개 모집을 통과해 이재명 대표 체제의 상근부대변인 6명 가운데 한 명이 됐다. 그는 스스로 친명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청래 대표와 김어준·조국·유시민을 '팀 김어준'으로 묶어 비판해 왔다. 2026년 3월 27일에는 유시민의 ABC론이 당내 갈등을 키웠다며 송영길을 향한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7월 17일에는 '유시민의 저주'가 오히려 정청래의 낙선 가능성을 키웠다고 내다봤다. 그의 마이크는 여당 안에서 이재명과 정청래 사이에 선을 긋는다. 같은 선을 다른 자리에서 긋는 목소리가 또 있다.

서용주

서용주 : 켜져 있던 마이크

서용주는 중부일보 기자로 7년을 일했다. 2008년부터는 18대에서 21대까지 국회 보좌관을 지냈다. 2021년 송영길 대표 시절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에 발탁됐고, 윤호중·우상호·이재명 지도부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지금 직함은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이다. 2026년 9월 3일 조국의 이재명 대통령 관련 발언을 "유시민 시즌2"라고 받아친 것이 그의 좌표다. 다음 날인 9월 4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 방송 준비 중에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라는 말이 꺼진 줄 알았던 마이크를 타고 나갔다. 그는 "가볍게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방송 전 대기실의 말이 방송 중의 말보다 크게 울린 날이었다.

강수영

강수영 : 대구의 이재명 변호인

강수영은 1985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7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 2020년에는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손해배상소송의 대리인을 맡았다. 법무법인 맑은뜻 대표변호사이자 지역매체 뉴스민의 발행인이다. 민주당 쪽 패널이지만 결은 다르다. 그는 뉴이재명, 김민석계로 분류된다. 2026년 6월 5일에는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잃은 정청래 대표에게 다음 총선 지휘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6월 18일에는 정 대표가 당을 관리하기보다 스스로 싸움판을 만든다고 비판했다. 과녁은 강성필과 같지만, 화살은 국회가 아니라 대구의 법정에서 날아온다. 여당의 마이크는 여당 대표를 두고도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박원석

박원석 : 당을 떠난 의자

박원석은 1994년 참여연대 창립에 참여했고 협동사무처장까지 지냈다. 2012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갔고,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는 9시간 넘게 발언대를 지켰다. 2017년 정의당 대표 선거에서 43.95%를 얻었지만 낙선했다. 2024년 1월 11일에는 정의당을 떠났다.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를 거쳐, 그해 7월 11일 다시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당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마이크를 설명한다. 그를 섭외하는 세력은 있어도, 그의 발언을 받아 적을 당은 없다. 당을 떠난 뒤에도 마이크를 지킨 사람은 진보 쪽에만 있지 않았다.

장성철

장성철 : 소송을 견딘 보수 직격수

장성철은 1996년 신한국당 공채 1기다. 이부영·김무성·이혜훈 의원의 보좌관과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냈다. 정계를 떠난 뒤에는 공론센터 소장으로 패널석에 앉았다. 2023년 4월에는 '보수 패널 공정성 요청 공문'을 둘러싸고 정진석 등을 맞고소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안철수 의원 관련 발언으로 1억 원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 마이크를 쥔 대가로 소송을 두 번 치른 셈이다. 2026년 7월 14일에는 한동훈의 부산 기반 창당을 두고 "해 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중도의 의자에서 나온 이 전망은 곧 한동훈계 패널들의 언어로 이어진다.

송영훈

송영훈 : 단절을 말한 변호사

송영훈은 1983년 순천에서 태어난 변호사다. 그는 2019년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를 정치에 뛰어든 계기로 꼽는다. 국민의힘 대변인을 지냈고 지금은 친한계로 분류된다. 2025년 4월 5일 라디오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본인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 당과의 "단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수 패널이 보수 대통령과 선을 긋는 것, 그것이 그의 브랜드가 됐다. 그의 마이크는 국민의힘을 대변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다음을 대변한다.

윤희석

윤희석 : 세 번 바뀐 명함

윤희석은 삼성전자에서 출발했다. 2012년 박근혜 후보 선대위 부대변인과 청와대 행정관을 거쳤다. 2021년 7월 25일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됐고, 2024년 8월에는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을 맡았다. 같은 달 16일에는 김좌진 장군 관련 발언으로 사과했다. 2025년 4월 30일에는 한동훈 경선캠프의 수석대변인이 됐다. 박근혜, 윤석열, 한동훈으로 명함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마이크는 한 번도 놓지 않았다. 지금 그는 '전 대변인'이라는 직함으로 한동훈 세력의 해설자 자리에 앉아 있다.

김준일

김준일 : 양쪽을 때리는 팩트체커

김준일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경향신문 기자였다. 미국에서 언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돌아와 팩트체크 매체 뉴스톱을 창간했다. 2024년 4월 29일에는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자기 이름을 건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그는 스스로 사회민주주의 성향이라며 양쪽을 다 비판한다고 말한다. 2024년 1월 30일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야구장 발언에 여당이 대응한 방식을 비속어까지 섞어 비판했다. 그의 마이크 뒤에는 세력이 아니라 매체가 있다. 그래서 그는 한쪽 진영의 확성기가 아니라 양쪽 모두의 감시 카메라처럼 움직인다.

윤태곤

윤태곤 : 캠프를 나온 분석가

윤태곤은 프레시안 정치부 기자였다. 2012년 안철수 대선 캠프 상황실 부실장을 지냈고, 이후 안철수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했다. 지금은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다. 2025년 1월 24일 김문수의 지지율을 "긁지 않은 복권"이라 불렀다. 2026년 1월 1일에는 "계엄 이후가 계엄 자체보다 나빴다"고 진단하며, 장동혁 대표가 "권력을 위해 악마와 악수했다"고 평가했다. 캠프 안에서 쌓은 경험을 캠프 밖의 신뢰로 바꾼 사례다. 같은 시기 안철수의 판을 짠 또 한 명의 컨설턴트가 있었다.

박성민

박성민 : 판 위의 기술자

박성민은 1991년부터 정치컨설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컨설팅 '민'의 대표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일타 박성민'과 SBS 〈김태현의 정치쇼〉의 '여의도 펠레'가 그의 별칭이다. 그는 정치는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라 강한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해온 컨설턴트다. 2025년 2월,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가 개혁연구원의 5,500만 원 연구비 지출과 이준석을 두둔한 방송을 문제 삼았다. 방송사는 특정인의 지시에 따른 방송은 없다고 했고, 박성민은 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어떤 세력과도 무관하다는 독립 컨설턴트조차 계약서 한 장으로 의자가 흔들린다.

이재명계에게 마이크는 정권을 지키는 방어선이다. 뉴이재명계에게 마이크는 당 안의 권력 지형을 다시 그리는 연필이다. 한동훈계에게 마이크는 원내 의석 대신 쥔 원외의 확성기다. 중도에게 마이크는 떠나온 당을 증명하는 이력서다. 독립 분석가에게 마이크는 판을 읽는 기술을 파는 진열대다.

다섯 세력이 같은 의자를 두고 서로 다른 이유로 다툰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열 명 가운데 현직 의원은 한 명도 없다. 그런데도 다음 날 아침 여론의 첫 문장은 이들의 입에서 나온다. 의석은 4년마다 바뀌지만, 의자는 매일 아침 다시 채워진다. 마이크 권력의 지형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