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의 강등
2026년 8월 5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엑스(옛 트위터)에 짧은 문장 하나를 올렸다. "워시 연준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WSJ의 닉 티미라오스처럼 저널리스트 행세를 하는 속기사들이 연준의 뒷방 가십을 보도하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연준이 떠먹여 주지 않으면 실제 경제나 통화정책 분석을 수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불과 몇 해 전까지 티미라오스는 시장에서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던 기자였다. 제롬 파월 체제의 연준은 그를 통해 말했고, 시장은 그의 기사로 다음 스텝을 가늠했다. 그 대변인이 이제 미국 재무장관의 입에서 "속기사"로 불리고 있다. 대변인에서 속기사로 — 이 강등의 언어 속에 케빈 워시 체제 연준과 재무부의 힘겨루기가 압축돼 있다.
지방방송 차단
베선트의 저격은 맥락 없이 나온 발언이 아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취임 전부터 "연준은 이렇게 주목받는 기관이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실제로 워시 취임 이후 FOMC 성명서의 길이는 눈에 띄게 짧아졌고, 향후 정책 방향을 암시하던 포워드가이던스는 사라졌다. 연 8회이던 FOMC 회의를 6회로 줄이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고, 회의 후 위원들이 돌아가며 인터뷰하던 관행도 올해까지만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게 워시 측 설명이다. 위원 개개인의 생각이 시장에 흘러 나가 소음을 만드는 것을 막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준 위원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티미라오스 같은 기자가 계속 취재원을 통해 내부 기류를 기사로 옮기는 한, 워시의 침묵 전략은 새는 지붕이 된다. 베선트가 겨냥한 것은 기자 한 명이 아니라, 그 지붕의 구멍이었다.
6일의 증명
티미라오스의 영향력이 숫자로 증명된 순간이 있었다. 2024년 8월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당시 의장이 강한 인하 시사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9월 18일 FOMC에서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는 것까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관건은 폭이었다. 가장 안전한 선택지인 25bp 인하가 주류 전망이었지만, 회의를 6일 앞두고 티미라오스가 "연준이 25bp와 50bp 인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기사를 내보내자 페드워치의 50bp 인하 확률이 곧바로 치솟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실제로 50bp였다. 한 기자의 기사 한 건이 시장 컨센서스를 통째로 옮겨 놓은 셈이다.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별명이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시장이 체감한 순간이었다.
금리주권의 이관
베선트가 그리는 큰 그림은 따로 있다. 연준은 12명의 위원이 각자 한 표씩 행사하는 합의 기구여서, 위원마다 다른 생각을 강제로 통일할 방법이 없다. 반면 재무부는 베선트 한 사람의 입으로 단일한 메시지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재무부는 장기 금리가 오를 때마다 국채 매입 검토 메모를 흘려 일본의 엔화 방어용 미 국채 매도 신호를 차단했고, 이란 협상 임박설을 흘려 유가와 장기물 금리를 함께 눌렀다. 베선트는 취임 초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신경 쓰는 것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10년물 금리"라고 말해 왔다. 그 배경에는 구글 알파벳이 최근 2년물부터 40년물까지 10개 구간에 걸쳐 250억 달러를 조달한 사례가 있다. 분기 잉여현금흐름이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선 알파벳은 올해 2월 200억 달러, 이후 다통화로 320억 달러, 두 달 전엔 850억 달러 증자까지 했지만 여전히 자금이 모자라다. 2026년 설비투자 전망을 1,900억 달러에서 다시 150억 달러 늘린 알파벳에게, 장기 조달 비용은 곧 인공지능 경쟁의 속도다. 연준의 금리 결정권을 재무부로 옮기려는 시도 뒤에는, 미·중 AI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장기 금리부터 낮게 붙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전국 방송
워시의 연준은 조용해지는 데 성공했다. 성명서는 짧아졌고, 위원들의 입은 무거워졌다. 그러나 베선트가 굳이 한 명의 기자를 겨냥해 "속기사"라 부른 그 순간, 재무부가 만들려는 잡음 없는 "전국 방송"이 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지방방송을 다 차단해도, 그 방송을 만드는 안테나가 여전히 연준 위원들의 팔짱과 대화 속에 서 있는 한 — 진짜 전국 방송의 채널은 재무부가 아니라 그 기자의 수첩에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