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10

트럼프 왕가의 전쟁

하메네이의 유언, 트럼프의 핏줄

모즈타바 하메네이알리 하메네이도널드 트럼프에릭 트럼프피트 헤그세스시진핑

죽음을 요구하는 행렬

2026년 7월 6일, 이란 마슈하드. 수백만 명이 알리 하메네이의 운구 행렬을 따라 걸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정밀 공습이 테헤란 파스퇴르 지구의 관저 '베이트 에 라바리'를 덮친 지 넉 달 만에 치러진 장례였다. 그날 공습으로 하메네이 한 사람만 죽은 것이 아니었다. 국방장관 아지즈 나시르자데를 포함한 군·정보 수뇌부 40여 명이 30초 간격으로 세 곳에서 동시에 제거됐다. 이슬람공화국의 지휘 체계 전체가 그날 아침 통째로 흔들렸다.

운구 행렬은 걷는 내내 한 문장을 반복해서 외쳤다. "최고지도자의 피에 걸고 맹세한다, 트럼프, 우리가 너를 죽이겠다." 여성들은 "트럼프를 죽여라"라고 쓴 팻말을 들었다. 장송곡 대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혁명 구호가 울렸다.

같은 시각, 새로 옹립된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얼굴을 다친 채, 다리에 중상을 입은 채, 그는 숨어 있었다. 애도가 아니라 복수가 이 장례의 실질적인 의제였다. 그리고 이 복수의 약속은 넉 달 뒤, 테헤란의 고속도로 광고판과 워싱턴의 국방부 브리핑룸,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이제 막 어른이 된 막내아들의 이름 위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내려앉게 된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모즈타바 하메네이 : 모즈타바 하메네이 : 얼굴 없는 유언 집행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56세. 알리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이자 2008년부터 최고지도자의 측근 대리인(바킬)으로 일해온 인물이다. 2월 28일 공습에서 아버지와 함께 화를 입었다. 얼굴이 손상되고 다리에 중상을 입은 그는 3월 8일 혁명수비대의 압박 속에 전문가회의에 의해 3대 최고지도자로 추대됐지만, 취임 이후로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의 옹립은 종교적 정통성의 순수한 승계가 아니었다. 지휘부 40여 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안보 공백 속에서, 혁명수비대가 주도해 만들어낸 신정-군부 복합체의 재편에 가깝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치 행위는 문서였다. 그는 서면 메시지에서 아버지의 복수는 "국민의 뜻"이며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썼다. "순교한 지도자와 이 두 차례 전쟁에서 희생된 모든 순교자의 피를, 범죄자이자 불명예스러운 살해자들에게 반드시 갚겠다"고 했다. 얼굴을 감춘 지도자가 얼굴 없는 문서로 국가 전체에 복수를 명령한 셈이다. 그의 권력은 부재 위에, 아직 지키지 않은 약속 위에 서 있다.

하지만 유언을 실행에 옮길 손은 따로 있었다.

알리 하메네이

알리 하메네이 : 이란 혁명수비대와 오우지 : 광고판이 된 유언

얼굴 없는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전선에 나선 것은 혁명수비대(IRGC) 산하 오우지(Owj) 예술미디어기구였다. 2011년 IRGC 바키야탈라 사령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이 조직은 이미 오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12~2013년 버락 오바마를 시아파 전승의 악역 '셰므르' 옆에 세운 발리아스르 광장 빌보드,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시위 국면에서 하루 만에 도안이 바뀐 히잡 캠페인 빌보드까지, 오우지는 정권의 위기 국면마다 테헤란 도심의 대형 광고판을 정치적 무기로 써 왔다.

2026년 여름, 이 조직은 세 개의 이미지를 연달아 내걸었다. 7월 16일에는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붉은 바다에 빠져드는 벽화를 공개했다. "너희는 이란 민족의 복수의 바다에 빠질 것이다"라는 문구가 페르시아어와 영어로 나란히 적혔다. 바로 다음 날인 7월 17일, 트럼프의 오랜 동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대동맥 박리로 급사하자 — 이란과 무관한 자연사였다 — 오우지는 발리아스르 광장 곡면 외벽에 새 빌보드를 걸었다. "누가 다음(D nexT one)이냐"는 영문 문구에서 D와 T만 대문자로 강조해 도널드 트럼프를 다음 표적으로 지목했다. 자연사한 동맹의 죽음마저 위협의 재료로 삼는 데는 사흘이 걸리지 않았다. 나흘 뒤인 7월 21일에는 멜라니아, 배런, 이방카 트럼프의 얼굴을 피투성이로 그린 광고판이 같은 고속도로 위에 걸렸다. 붉은 글씨의 "죽었다"와 "죽을 준비를 하라"는 문구가 함께였다.

같은 조직이 다른 전선에서도 움직이고 있었다.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금지한다고 선포하고, 상선을 나포·공격하고,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 워싱턴이 7월 7일 이란의 임시 원유 판매 허가를 철회한 뒤로는, 트랜스폰더를 끈 미국 제재 대상 초대형 유조선 6척이 몰래 해협을 빠져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심리전은 얼굴을 겨눴고, 봉쇄전은 배를 겨눴다. 두 전선 모두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지도자를 대신해 복수의 약속을 살아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협박은 태평양을 건너 정확히 겨냥한 곳에 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 복수와 재선의 산수

도널드 트럼프에게 이란의 위협은 낯설지 않다. 2020년 1월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을 지시한 이래, 테헤란은 수년째 보복을 벼르고 있었다. 2024년 여름에는 실제 암살 위협 정보가 포착됐고, 그해 11월 법무부는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갚기 위해 트럼프를 감시·살해하려 한 이란 국적자를 기소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합동 작전으로 하메네이가 죽은 뒤, 6월에 어렵게 성사된 휴전 합의는 여름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7월 초, 이스라엘은 이란이 트럼프를 겨냥한 "구체적인" 새 암살 계획을 세웠다는 첩보를 미국과 공유했다. 트럼프가 튀르키예 나토 정상회의를 떠나며 갑자기 탑승기를 바꾼 것도 이 무렵이었다.

7월 12일에는 가장 가까운 동맹 중 하나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급사했다. 트럼프는 그레이엄이 숨지기 몇 시간 전 그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자연사였다. 그러나 닷새 뒤 테헤란의 광고판은 이 죽음을 트럼프 자신을 겨눈 예고로 바꿔치기했다. 위협이 국가 안보 브리핑의 통계가 아니라, 방금 잃은 사람의 이름 위에 겹쳐졌다.

측근들은 사석에서 경고했다. 정보당국조차 확전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을 주지 못했고, 이 도박은 11월 중간선거의 향방을 예측 불가능한 전쟁의 뒤끝에 걸어놓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히려 이 군사행동이 국내에서 자신의 힘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반복해서 물었다. 7월 23일, 그는 이란에 최후통첩을 던졌다. 호르무즈를 재개방하고 평화에 응하지 않으면 다리와 발전소, 담수화 시설을 포함한 전 기반시설을 두들기겠다고 했다. "더 크고 훨씬 쉬운 공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격을 검토 중이다. 결정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도 했다.

측근들이 중간선거를 무너뜨릴까 두려워하는 바로 그 전쟁이, 트럼프에게는 선거를 지켜낼 방법이기도 했다. 동맹의 죽음까지 위협으로 소비하는 상대에 대한 사적 분노와, 압도적 승리가 필요한 선거 셈법이 하나의 결정 안에서 합쳐졌다.

이 계산에서 표적이 된 것은 트럼프 혼자가 아니었다.도널드 트럼프에게 이란의 위협은 낯설지 않다. 2020년 1월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을 지시한 이래, 테헤란은 수년째 보복을 벼르고 있었다. 2024년 여름에는 실제 암살 위협 정보가 포착됐고, 그해 11월 법무부는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갚기 위해 트럼프를 감시·살해하려 한 이란 국적자를 기소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합동 작전으로 하메네이가 죽은 뒤, 6월에 어렵게 성사된 휴전 합의는 여름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7월 초, 이스라엘은 이란이 트럼프를 겨냥한 "구체적인" 새 암살 계획을 세웠다는 첩보를 미국과 공유했다. 트럼프가 튀르키예 나토 정상회의를 떠나며 갑자기 탑승기를 바꾼 것도 이 무렵이었다.

7월 12일에는 가장 가까운 동맹 중 하나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급사했다. 트럼프는 그레이엄이 숨지기 몇 시간 전 그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자연사였다. 그러나 닷새 뒤 테헤란의 광고판은 이 죽음을 트럼프 자신을 겨눈 예고로 바꿔치기했다. 위협이 국가 안보 브리핑의 통계가 아니라, 방금 잃은 사람의 이름 위에 겹쳐졌다.

측근들은 사석에서 경고했다. 정보당국조차 확전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을 주지 못했고, 이 도박은 11월 중간선거의 향방을 예측 불가능한 전쟁의 뒤끝에 걸어놓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히려 이 군사행동이 국내에서 자신의 힘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반복해서 물었다. 7월 23일, 그는 이란에 최후통첩을 던졌다. 호르무즈를 재개방하고 평화에 응하지 않으면 다리와 발전소, 담수화 시설을 포함한 전 기반시설을 두들기겠다고 했다. "더 크고 훨씬 쉬운 공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격을 검토 중이다. 결정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도 했다.

측근들이 중간선거를 무너뜨릴까 두려워하는 바로 그 전쟁이, 트럼프에게는 선거를 지켜낼 방법이기도 했다. 동맹의 죽음까지 위협으로 소비하는 상대에 대한 사적 분노와, 압도적 승리가 필요한 선거 셈법이 하나의 결정 안에서 합쳐졌다.

이 계산에서 표적이 된 것은 트럼프 혼자가 아니었다.

에릭 트럼프

에릭 트럼프 : 에릭 트럼프·배런 트럼프 : 이름이 된 표적

2024년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있었던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을, 이란 국영TV는 직접 언급하며 협박했다. "이번엔 총알이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페르시아어 메시지였다. 2026년 여름에는 이라크 국적의 모하마드 바게르 사드 다우드 알사디가 이방카 트럼프를 살해하겠다고 공언하고 그의 플로리다 자택 설계도를 입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7월 21일 테헤란의 광고판은 멜라니아, 배런, 이방카를 한 화면에 피투성이로 그렸다.

정치 무대에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둬온 막내아들 배런의 얼굴이 외국의 도로 광고판 위에 걸렸다. 에릭 트럼프는 이미 보수 매체에서 아버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인물이었고, 이 위협 이후로는 이란 공습을 국가 안보가 아니라 가족의 생존 문제로 규정하는 발언을 반복했다. 국가 원수를 겨눈 암살 모의로 시작된 위협은,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는 그 가문에서 정치와 가장 무관했던 구성원들을 겨눴다. 국가 안보와 저녁 식탁의 안전 사이에 애써 유지해온 거리가 무너졌다.

백악관에서 이 협박을 가장 먼저 군사 언어로 번역한 사람은 국방장관이었다.

피트 헤그세스

피트 헤그세스 : 피트 헤그세스 : 마지막으로 웃은 사람

2026년 3월 4일,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기자들 앞에서 짧게 말했다. "어제,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조직의 리더가 추적 끝에 사살됐다."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이 인물 제거가 작전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암살을 모의한 자들이 결국 표적 목록에 포함되도록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한 매체는 이 발표를 "트럼프가 마지막에 웃었다"고 요약했다.

전략적 폭격 작전의 언어를, 헤그세스는 현상수배의 언어로 바꿔 냈다. 국방부의 공습 목록에 사적 복수를 슬며시 끼워 넣고, 그것을 대통령에게 진 정치적 빚을 갚는 방식으로 발표했다. 확전의 군사적 정당성과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 증명이 그의 브리핑 안에서 하나의 문장으로 붙었다.

하지만 이 셈법 밖에서, 전혀 다른 장부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시진핑

시진핑 : 왕이 : 걸프의 다른 장부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2월 28일 봉쇄가 시작된 이래 유가는 출렁였고, 그 충격은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번졌다. 6월에 어렵게 성사된 예비 합의는 7월 재개된 전투로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오우지가 "누가 다음이냐"는 광고판을 발리아스르 광장에 걸던 바로 그 7월 17일,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파키스탄 부총리 이샤크 다르와 공동으로 미국과 이란에 즉각적인 교전 중단과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같은 날, 테헤란의 한쪽에서는 새로운 협박이 걸리고 베이징에서는 정반대의 문장이 발표된 셈이다. 중국은 트럼프-시진핑 회담을 앞두고 파키스탄에 이란 중재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명분은 걸프의 무역로 보호였다.

왕이에게 이 전쟁은 복수도, 명예 회복도 아니었다. 유가와 베이징의 장부였다. 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관객은 순교자의 아들도, 유권자도 아니라 트랜스폰더를 끌지 말지를 결정하는 유조선 선장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왕이의 셈법은 조용히 드러낸다.

아무도 끝내고 싶지 않은 전쟁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아버지의 복수는, 얼굴을 감춘 채로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가족을 겨눈 협박은, 사적 복수심과 중간선거 압승을 하나의 결정으로 묶어주는 명분이다.

피트 헤그세스에게 암살 모의자 제거는, 대통령에게 진 정치적 빚을 갚는 방법이다.

왕이에게 이 모든 명분 다툼은, 그저 유가와 뱃길의 문제다.

넷 중 누구도 지금 이 순간의 종전에서 득을 보지 않는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하메네이의 명분도, 트럼프의 셈법도, 헤그세스의 전과도 유효하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비대칭 위협과 한정적 타격만 교차하는 동결된 위기가 이어질 뿐이다.

함정에 갇힌 것은 트럼프의 가족도, 이란의 국민도 아니었다. 이 전쟁을 끝낼 이유가 없는 사람들의 계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