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10
쿠팡은 왜 한미 정치권의 핫이슈가 됐나?

쿠팡의 외교학

최장관김범석김유석케빈 워시짐 조던헤럴드 로저스JD 밴스하워드 러트닉

세 부처를 도는 대사

7월 15일 아침, 강경화 주미대사가 급거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외공관장회의도, 상대국 정상의 방한도 아닌 시점에 대사가 갑자기 서울로 돌아오는 일은 이례적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의 지시로 나흘간(7월 15~19일) 국가안보실·산업통상자원부·국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잇달아 찾아다니며 협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추측이 무성해졌다. 강경화 대사 본인은 "쿠팡 이슈가 생각보다 오래 가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와 본국의 온도차를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겹쳐놓은 부처 이름들은 이 사안이 쿠팡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쿠팡,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그리고 핵추진잠수함. 세 갈래의 갈등이 같은 시기에 얽혀 있었다.

최장관 : 현장점검이 만든 지정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 최장관은 쿠팡 현장점검을 지휘했다. 이번에는 이전과 달랐다. 쿠팡이 내부 등급 체계와 RSU를 포함한 보수를 등기임원급과 직접 비교할 자료를 처음 제출했고, 그 비교표 안에서 김범석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실질 등급이 드러났다. 최장관은 이를 근거로 5년째 미뤄온 지정을 밀어붙여 4월 29일 동일인을 법인에서 자연인 김범석으로 바꿔 지정했다. 국내 규제 논리로는 흠잡을 데 없는 절차였다. 그러나 이 결정이 태평양을 건너가는 순간, 행정 처분은 국제 통상 분쟁의 방아쇠로 변했다.

김범석 : 소송이라는 방패

쿠팡Inc. 이사회 의장 김범석은 곧바로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냈다. 7월 14일 서울고법 행정7부(권순형 부장판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처분은 본안 판결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멈췄다. 김범석은 총수라는 딱지 대신 소송 당사자라는 신분으로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벌어준 근거, 동생의 경영 참여 정황은 이미 세상에 공개된 뒤였다.

김유석 : '유킴'이라는 변수

업계에서 '유킴'으로 불리는 김유석 부사장의 대외 직함은 'Head of Global Operations', 물류 총괄 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난 내부 등급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보다 높았다. 그는 CLS 대표 등을 불러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는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이 아니라 자연인이 회사를 움직인다는 증거, 그것이 5년 만의 동일인 변경을 가능하게 한 결정타였다.

케빈 워시

케빈 워시 : 이사회를 떠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케빈 워시를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 2월 3일 워시는 인준 시 쿠팡Inc. 사외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통보했고, 5월 13일 상원 인준 직후 물러났다. 이후 JP모건증권을 통해 쿠팡 클래스A 보통주 10만 2363주(약 168만 달러)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SEC에 신고했다. 통화정책 수장이 이커머스 기업 이사회에 남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사임이 증명한 것은, 쿠팡이 미국 정계 핵심부와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었는가였다.

짐 조던 : 35쪽 보고서와 230통의 전화

2월 5일 하원 법사위는 쿠팡 측에 한국 정부와의 교신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5개월간의 분석 끝에 짐 조던 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원장 명의로 7월 1일 나온 것이 35쪽짜리 보고서 '경쟁 차단'이었다. 보고서는 국정원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26일까지 쿠팡 측과 230통 넘게 통화하며 전직 직원 접촉 방법과 이메일 어조까지 지시했고, 경찰 등 다른 기관과 논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적었다. 노동부가 2025년 한 해에만 쿠팡을 약 400회 점검했고 직원 100명이 상시 대응해야 했다는 수치,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이 약 1628억 원이라는 수치도 함께 실렸다. 국정원은 "지시나 명령을 한 사실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2월 5일 하원 법사위는 쿠팡 측에 한국 정부와의 교신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5개월간의 분석 끝에 짐 조던 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원장 명의로 7월 1일 나온 것이 35쪽짜리 보고서 '경쟁 차단'이었다. 보고서는 국정원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26일까지 쿠팡 측과 230통 넘게 통화하며 전직 직원 접촉 방법과 이메일 어조까지 지시했고, 경찰 등 다른 기관과 논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적었다. 노동부가 2025년 한 해에만 쿠팡을 약 400회 점검했고 직원 100명이 상시 대응해야 했다는 수치,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이 약 1628억 원이라는 수치도 함께 실렸다. 국정원은 "지시나 명령을 한 사실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헤럴드 로저스 : 7시간의 증언

2월 23일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는 하원 법사위 비공개 증언청취에 출석해 7시간 동안 조사받았다. 그는 국정원이 상하이 로펌으로 넘겨진 기기 회수를 지시했고, 잠수부를 고용해 상하이 강에 버려진 노트북을 회수하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 과정에서 형사처벌 위협을 20차례 넘게 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그의 증언이 허위라는 이유로 고발 요청이 나왔다. 국정원은 국정원법 제4조에 따른 정보 공유 협의였을 뿐이라고 맞섰다. 국내에서는 증언자로, 워싱턴에서는 로비스트로 — 그는 쿠팡이 두 나라에서 각기 다른 얼굴을 갖도록 만들었다.

JD 밴스

JD 밴스 : "쿠팡과 한국 사이 무슨 문제냐"

1월 23일 워싱턴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백악관에서 제이디 밴스 부통령을 만났다. 밴스가 먼저 던진 질문은 "쿠팡과 한국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냐"는 것이었다. 김 총리는 "차별이 없다"고 설명했고 밴스는 "한국의 법 체계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밴스가 미국 기반 기업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부통령이 총리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가, 쿠팡이 더 이상 개별 기업 사안이 아니라는 신호였다.

하워드 러트닉

하워드 러트닉 : 반도체라는 별도 전선

메가프로젝트 발표로부터 열흘 뒤,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은 마이크론의 뉴욕 신공장 착공식에서 "나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경쟁자들은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과 SK는 이미 텍사스·인디애나에 409억 달러 규모의 팹을 짓고 있었고 향후 88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었다. 러트닉의 무대는 쿠팡이 아니라 반도체였지만, 문장은 같았다 — 한국 자본은 미국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위성락

위성락 : "기업의 문제가, 안보의 문제로"

4월 24일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하노이에서 취재진에게 "쿠팡 문제가 한미 안보협의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가 말한 안보협의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논의였다. 미국이 이 기술을 이전해준 나라는 1958년 영국, 2021년 오커스의 호주뿐이다. 위성락은 "기업의 문제가 정부 간 이슈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분리 대응을 강조했지만, 정작 후속협의 킥오프 회의는 올 초 예정에서 6월 초까지 7개월가량 밀린 뒤였다. 같은 시기 미 상원 군사위는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부속 보고서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 내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 평가' 항목을 넣었다. 신뢰의 문제는 이렇게 관세에서 반도체로, 반도체에서 잠수함으로 번지고 있었다.

이재명

이재명 : 원칙론이라는 방어선

7월 16일 청와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나만 표적으로 해서 이런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기업이 있는 것 같다"며 "정부 방침은 제재를 강화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개인정보 유출로 6247억 원의 과징금을 맞고 반발해온 쿠팡을 겨눈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3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이 지난해 8월 받은 과징금은 1348억 원, 역대 최대였던 그 기록을 쿠팡이 갈아치운 셈이었다. 미 의회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그가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세 개의 셈법

김범석에게 이 사태는 총수라는 이름을 피하는 소송전이다. 트럼프에게 이 사태는 관세·인선·안보를 동시에 쥐는 지렛대다. 이재명에게 이 사태는 규제 주권을 지키는 원칙의 시험대다. 셋 모두에게 이 사태가 끝나야 할 이유는 없다. 가처분은 소송을 미뤘을 뿐, 관세는 관세대로, 잠수함은 잠수함대로, 갈등은 갈등대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