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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의 정치학

코스피의 정치학

이재명김용범구윤철이억원김태현신현송최태원이재용

코스피의 정치학

2026년 7월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0%, 15% 급락했다.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 14종이 일제히 역대 최저가를 찍었고, 상장 한 달도 안 돼 이 상품들의 시가총액 6조 원이 증발했다. 사흘 뒤인 7월 16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장중 7,000선마저 반납했다. SK하이닉스가 11%대, 삼성전자가 7.33% 밀렸고, 한국거래소는 이날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 2026년 들어 서른일곱 번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세운 연간 26회 기록을 7개월 만에 갈아치운 수치였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마저 넘어섰다.

같은 주, 대만에서는 TSMC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발표했다. 같은 날 상하이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상장했다. 마이크론은 취소 불가 장기계약 16건을 새로 체결했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호재는 넘쳐났다. 그런데도 한국 반도체 주가는 떨어졌다. 그달 거래일 가운데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은 날은 사흘뿐이었다 — 시장은 이 달력을 '음의 달력'이라 불렀다.

불과 반 년 전, 같은 지수는 정반대의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1월 22일 코스피가 5,000선을 처음 넘어섰을 때, 그것은 새 정부가 취임 7개월 만에 지켜낸 공약이었다. 그 사이 지수는 8,000선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7,000선 아래로 흔들렸다. 같은 그래프 위에서, 서로 다른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재명

이재명 : 이재명 대통령 : 오천피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도 지키지 못했던 공약이었다. '코스피 5000'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자본시장 정상화 구상의 상징이었고, 취임 7개월 만인 2026년 1월 22일 그 숫자는 현실이 됐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코스닥벤처펀드 소득공제 확대, 중복상장 금지 — 대통령의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산업의 실적보다 앞세우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지수는 곧 8,000선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7월 15일, 같은 대통령이 이번엔 반대 방향의 지시를 내렸다. 그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요즘 삼성(전자)·(SK)하이닉스 ETF 때문에 많이 당하고 계신 모양"이라 농담 섞어 건넨 뒤, 금융당국에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문하며 레버리지 ETF 보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공약이 만든 상승은 공약이 통제할 수 없는 변동성까지 함께 데려왔고, 신뢰를 만드는 일과 쏠림을 관리하는 일은 같은 정책 안에서, 같은 대통령의 말 안에서 자꾸 어긋났다.

김용범

김용범 : 김용범 정책실장 : 조율자의 계산

2025년 6월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용범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와 기획재정부 차관을 거친 관료였다. 그의 임무는 대통령의 공약을 부처별 정책으로 쪼개 조율하는 일이었다.

5월, 그는 "반도체 호황에 역대급 세수가 가능하다"며 재정도 유연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반도체발 국부가 부동산에 흡수되면 호황이 오래가지 못한다"며 보유세·양도세 조정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 증시 부양이 부동산 과열로 번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계산이었다. 7월에는 방향을 바꿔 "생산능력이 새로운 국력"이라며 수도권 밖 반도체 클러스터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메모리 기업들이 수요를 뒷받침할 생산능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수요 증가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경쟁자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 상하이의 창신메모리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레버리지 ETF는 금융위원회의 결정이었고, 연기금 비중 조정은 국민연금의 결정이었고, ADR 상장은 기업의 결정이었다. 조율자의 자리에서도, 개별 결정들이 겹쳤을 때의 변동성까지 조율할 방법은 없었다.

구윤철

구윤철 :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 확장의 청구서

확장재정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려받은 정책 기조의 이름이었다. 정부는 재정을 풀어 시장에 유동성을 대고, 동시에 자본시장 규제를 낮춰 그 유동성이 국내 증시로 흘러들게 했다.

7월 8일, 코스피가 8.95% 폭락하자 구윤철 부총리는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F4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반도체 비중 확대가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인정하며 주식시장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리밸런싱 매도, 글로벌 AI 경기 전망 조정이 겹치며 변동성이 커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 SK하이닉스 ADR 상장이라는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뒤였다. 재정과 증시는 원래 다른 영역이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코스피 부양'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묶였다. 확장재정이 풀어낸 유동성은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종목에 가장 짙게 고였고, 그 유동성을 관리하는 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결국 그의 몫이었다.

이억원

이억원 : 이억원 금융위원장 : 레버리지를 연 문

2026년 4월 28일, 금융위원회는 국내외 상장 ETF 간 규제 비대칭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공포했다. 한 달 뒤인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8종(ETF 16종·ETN 2종)이 유가증권시장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 규모 4조 3,227억 원 — 국내 ETF·ETN 역사상 하루 상장 기준 최대치였다. 사전교육 1시간, 예탁금 1,000만 원이라는 문턱을 세웠지만, 그 문턱은 신규 투자자에게만 적용됐다.

이 상품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10조 원 남짓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시가총액 3,000조 원에 비하면 미미한 크기였다 — 상품 자체가 주가를 밀어 올릴 힘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효과는 다른 데서 나타났다. 상장 전 5개월간(2~5월) 월평균 사이드카는 4.75회였다. 상장 이후 6월 한 달간 열 번이 발동됐고, 7월 13일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10%, 15% 급락하며 레버리지 ETF 14종이 일제히 역대 최저가를 기록, 시가총액 6조 원이 한 달도 안 돼 증발했다. 사이드카 36회 가운데 17회, 서킷브레이커 13회 가운데 5회가 이 상품 상장 이후에 집중됐다.

7월 16일, 이억원 위원장은 결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예탁금 상향과 투자자 교육 강화 같은 자율규제 조치가 뒤따랐지만, 상품을 아예 없앨 수는 없었다 — 없앤다고 예고하는 순간, 그 예고 자체가 더 큰 투매를 부를 수 있었다. 이억원 위원장이 연 문은 정확히 두 종목으로만 통했고, 그 문을 닫는 일은 여는 일보다 훨씬 어려웠다.

김태현

김태현 :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 팔지 않아도 되는 이유

2026년 5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올렸다.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는 최대 25.8%까지 넓어졌다. 6월 말 리밸런싱 유예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이 결정은 곧바로 적용됐다. 표면적 이유는 시장 충격 최소화였다. 그러나 실질적 효과는 분명했다 —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강제로 팔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외국인들에게는, 국민연금이라는 매도 벽 하나가 치워진 셈이었다.

이 장면에는 낯익은 전례가 있다. 1989년, 정부가 포항제철·한국전력 국민주 청약으로 증시 참여를 독려한 뒤 주가가 폭락하자, 그해 12월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투신 3사에 무제한 자금을 지원하고 주식을 사들이게 한 적이 있다. 그 부양책은 잠깐의 반등 뒤 대폭락으로 끝났고, 강제 청산된 개인들의 계좌는 '깡통계좌'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그때 무너진 지수가 원래 고점을 되찾는 데는 36년이 걸렸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그때와 같은 인위적 부양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자산배분 조정인지 —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신현송

신현송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 낯선 냉정

2026년 3월 22일, 이창용 총재의 단임 임기가 끝나갈 무렵 신현송이 후임으로 지명됐다. BIS에서 리서치를 이끌며 2005년 잭슨홀에서 금융 불균형을 경고했고, 2022년에는 영국 LDI 사태를 미리 지적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4월 취임한 신현송에게 이 여름의 변동성은 낯설지 않은 패턴이었다 — 유동성이 소수 자산에 몰릴 때, 그 유동성은 반드시 되돌아 나가는 길목에서 사고를 낸다.

그가 주목할 만한 대목은 수요의 질이었다. 이 반도체를 사가는 빅테크 다섯 개 회사는 올해 벌어들인 돈의 94%를 설비투자로 재투자했고, 상반기에만 1,360억 달러어치 회사채를 새로 찍었다. 내년 투자 규모를 지금 속도로 유지하려면 3,000억 달러 안팎의 빚을 더 내야 한다는 계산도 나왔다. 엔비디아는 자체 신용으로 돈을 빌리기 어려운 '네오클라우드' 고객사들의 대출에 직접 지급보증까지 서주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주 사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신규 데이터센터 발표는 눈에 띄게 뜸해졌고, 반도체 회사들에 이익이 쏠리는 데 대한 고객사들의 불만은 애플이 미국 정부에 중국산 창신메모리 구매 허용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로까지 번졌다. 수요가 현금이 아니라 빚 위에, 그리고 갈수록 좁아지는 인내심 위에 쌓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정부가 코스피 부양을 성과로 세는 동안, 한국은행 총재의 자리에서는 같은 숫자가 경고음으로 읽혔다.

최태원

최태원 : 최태원 SK그룹 회장 : 45조 원짜리 시차

2026년 7월 9일 공모가가 확정됐고, 다음 날 SK하이닉스 ADR이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최대 45조 4,500억 원, 약 294억 달러 규모 — ADR을 상장한 외국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조달액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 골드만삭스, JP모간이 주관을 맡았고 북빌딩 과정에서 앵커 주문만 70억 달러가 몰렸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한국 시가총액은 1,300조 원에 달했다. 45조 원 규모의 ADR은 이 거대한 본체에 비하면 작은 창구였고, 그 크기 차이가 오히려 가격 괴리를 만들었다. 상장 이후 어떤 날은 ADR이 하루 만에 27% 뛰었다가 다음 날 9% 급락하는 식의 진폭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미국 시장에서는 이 ADR 자체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까지 새로 출시됐다 — 시차 위에 파생을 얹고, 그 파생 위에 다시 파생을 얹는 구조였다. 뉴욕 장에서 밤사이 ADR 가격이 움직이면, 다음 날 서울 장은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그 가격을 따라 움직였다. 최태원 회장에게 이 상장은 글로벌 밸류에이션을 확보하는 승리였다. 그러나 승리의 대가로, 서울과 뉴욕 사이의 시차는 매일 밤 몇 겹의 가격이 새로 매겨지는 틈이 됐다.

이재용

이재용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절반의 무게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처럼 미국에 상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에 가까운 무게를 혼자 감당하는 종목이었다. 빅테크向 수주와 D램 가격 반등이라는 실적 서사가 주가를 밀어 올릴 때마다, 그 상승은 지수 전체를 함께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2023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을 2026년에는 단 한 분기 만에 벌어들였다 — 15배에 달하는 이익 곡선이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총이익률은 2025년 3분기 39%에서 2026년 3분기 84.9%로, 4분기 가이던스는 86%까지 치솟았다. TSMC 회장이 '우리 마진율(68%)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의 수치였다. 그러나 시장이 본 것은 마진의 높이가 아니라 기울기였다 — 가파르게 오르던 곡선이 평평해지는 지점에서, 시장은 성장의 한계를 먼저 읽었다. 7월 16일, 대만에서 TSMC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바로 그날, 삼성전자는 7.33% 밀리며 SK하이닉스의 낙폭과 겹쳐 사이드카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재용 회장이 손대지 않은 결정 — 레버리지 ETF도, ADR도 — 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고스란히 떠안았다.

테드 픽

테드 픽 :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 : 자릿세 청구서

서울 장이 닫히면 뉴욕 장이 열렸고, SK하이닉스 ADR 가격은 그 사이 다시 계산됐다. 하루 전 코스피 선물을 사두고, 밤사이 ADR 가격을 밀어 올린 뒤, 다음 날 오른 국내 선물로 차익을 챙기는 구조가 이론적으로 가능했다 — 물증은 없었지만, 매매 타이밍의 우연은 그렇게 읽혔다. '외국인'이라는 이름 아래에는 특정 세력이 아니라 수많은 개별 자금이 있었고, 이들이 서로 담합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다만 변동성이 쌓이는 곳에는 늘 그 변동성으로 이익을 보는 손이 있었다.

정작 경고는 모건스탠리 내부에서도 나왔다. 마진율이 39%에서 86%까지 가파르게 오른 곡선이 평평해지는 순간, 주가가 이미 선반영한 기대를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레버리지 ETF가 국내 개인의 매수 수급을 두 종목에 압축시켜 놓은 상태에서, 이 진폭은 프로그램 매매가 하루에도 여러 번 사이드카를 걸 만한 크기로 자랐다. 테드 픽에게 이 진폭은 위험이 아니라 수수료였다.

래리 핑크

래리 핑크 : 래리 핑크 블랙록 CEO : 쏠림을 사는 남자

블랙록을 비롯한 패시브 자금은 다른 계산을 했다.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지수 구성 그대로,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가장 많은 비중을 실었다. 레버리지 ETF와 ADR로 이미 좁아진 수급 통로는 패시브 자금이 들어올 때마다 더 좁아졌다. 같은 시각 상하이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가 상장하며 세계 D램 점유율을 1년 만에 3%에서 8%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 지수를 그대로 사는 전략은 이런 장기 경쟁 구도의 변화까지는 담지 않았다. 래리 핑크에게 이 쏠림은 고쳐야 할 왜곡이 아니라, 지수 그대로 사면 되는 효율이었다. 그가 사는 것은 두 종목이 아니라, 두 종목에 쏠린 시장 그 자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정책팀 — 김용범 실장, 구윤철 장관, 이억원 위원장, 김태현 이사장 — 에게 코스피는 지켜낸 공약이자 이제는 수습해야 할 성과다.

신현송 총재에게 코스피는 경계해야 할 신호다.

최태원 회장에게 코스피는 45조 원을 조달한 무대이고, 이재용 회장에게는 자신이 손대지 않은 결정까지 떠안는 무게다.

테드 픽과 래리 핑크에게 코스피는 밤새 계산되는 수수료이자, 그대로 사면 되는 효율이다.

네 갈래 셈법 모두 성립한다. 그리고 다섯 번째 자리에는 셈법이랄 것도 없이 그저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다 —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7,400~7,600대에서 2조 5천억 원을, 8,200~8,400대에서 4조 5천억 원을 순매수했고, 9,000선을 넘긴 자리에서도 손을 거두지 않았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 지수가 30% 넘게 무너진 나라들의 공통점은 외환위기이거나 전쟁급 지정학 위기이거나 자국의 금융 사고였다. 한국에는 그런 사건이 없었다. 굳이 찾자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 자체가 유일한 사건이었다.

1989년에도, 2000년 닷컴버블에도,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이 가장 먼저 배신했다.

서른여덟 번째 사이드카는, 아직 울리지 않았을 뿐이다.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정책팀 — 김용범 실장, 구윤철 장관, 이억원 위원장, 김태현 이사장 — 에게 코스피는 지켜낸 공약이자 이제는 수습해야 할 성과다.

신현송 총재에게 코스피는 경계해야 할 신호다.

최태원 회장에게 코스피는 45조 원을 조달한 무대이고, 이재용 회장에게는 자신이 손대지 않은 결정까지 떠안는 무게다.

테드 픽과 래리 핑크에게 코스피는 밤새 계산되는 수수료이자, 그대로 사면 되는 효율이다.

네 갈래 셈법 모두 성립한다. 그리고 다섯 번째 자리에는 셈법이랄 것도 없이 그저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다 —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7,400~7,600대에서 2조 5천억 원을, 8,200~8,400대에서 4조 5천억 원을 순매수했고, 9,000선을 넘긴 자리에서도 손을 거두지 않았다.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 지수가 30% 넘게 무너진 나라들의 공통점은 외환위기이거나 전쟁급 지정학 위기이거나 자국의 금융 사고였다. 한국에는 그런 사건이 없었다. 굳이 찾자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 자체가 유일한 사건이었다.

1989년에도, 2000년 닷컴버블에도,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이 가장 먼저 배신했다.

서른여덟 번째 사이드카는, 아직 울리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