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10

모더나의 창업자들

누바 아페얀의 투자와 데릭 로시와 로버트 랭어의 mRNA 연구와 스테판 방셀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모더나가 암에 도전하게 만들었을까요?

데릭 로시케네스 치엔로버트 랭어누바 아페얀탈 잭스몬세프 슬라위스티븐 호그딘 리

1,137개의 지문

2026년 8월 19일 아침, 뉴욕 증시에 모더나와 머크의 발표문 한 장이 올라왔다. 흑색종을 수술로 완전히 도려낸 환자 1,137명이 참여한 임상 3상 INTerpath-001이 무재발 생존율(RFS)과 원격 전이 무발생 생존율(DMFS)이라는 두 개의 문턱을 모두 넘었다는 내용이었다. 약의 이름은 인티스메란 오토젠이다. 환자 한 명의 종양에만 있는 변이 단백질 조각을 골라 mRNA 한 가닥에 싣고, 그 조각을 수배 전단처럼 면역계에 돌리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다. 여기에 머크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가 짝을 이뤘다. 시장은 문장보다 숫자로 답했다. 그날 모더나 주가는 176.97% 올라 174.38달러에 장을 마쳤고, 시가총액은 250억 달러에서 690억 달러로 불었다. 불과 7개월 전인 1월 2일에는 29.81달러까지 떨어졌던 주식이었다. 1,137명은 환자 수이자 설계도의 수다. 서로 다른 설계도 1,137장이 한 회사의 운명을 뒤집었다. 그 설계도가 나오기까지 16년 동안 모더나를 거쳐 간 사람들의 셈법은 저마다 달랐다.

데릭 로시

데릭 로시 : 과수원을 먼저 떠난 사람

1966년 토론토에서 태어난 데릭 로시는 하버드 의대의 줄기세포 연구자였다. 그는 2010년 9월 30일 학술지 『셀 스템 셀』에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화학적으로 변형한 합성 mRNA로 인간 세포를 만능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방법이었다. 펜실베이니아대 카탈린 카리코와 드루 와이스먼의 변형 mRNA 연구 위에 쌓은 성과였다. DNA를 건드리지 않으니 유전체가 뒤섞일 위험도 없었다. 이 논문이 모더나의 씨앗이 됐다. 그러나 로시는 2014년 모더나 이사회와 과학 자문 자리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후 인텔리아 테라퓨틱스(2015)와 마젠타 테라퓨틱스(2016)를 잇달아 공동 창업했고, 2021년에는 카리코·와이스먼과 함께 아스투리아스 공주상을 받았다. 가설을 낸 사람은 열매가 맺히기 전에 과수원을 떠났다. 떠난 창업자는 그 혼자가 아니었다.

케네스 치엔

케네스 치엔 : 부모 자리에서 내려온 창업자

케네스 치엔은 모더나 창업 당시 하버드에서 심혈관 줄기세포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던 심장학자였다. 그는 mRNA 기술을 심장 세포에 먼저 시험했다. 변형 mRNA로 심근경색 이후 혈관 재생을 유도한 이 연구는 훗날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치엔은 2013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한동안 모더나의 과학 자문을 맡다가 결국 손을 뗐다. 작별 인사는 담담했다.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첫 mRNA 약물을 임상에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육아처럼, 결국 아이들은 더 이상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회사를 자식에 빗댄 창업자는 스스로 부모 자리에서 내려왔다. 반대로 끝까지 지분이라는 끈을 놓지 않은 과학자도 있었다.

로버트 랭어

로버트 랭어 : 주가로 재는 과학자의 체온

MIT의 로버트 랭어는 고분자 약물 전달 연구로 이름난 화학공학자이자 모더나 공동창업자다. 특허 1,400건 이상, 논문 1,600편 이상을 냈고, 모더나를 포함해 40개가 넘는 기업의 창업에 참여했다. 로시와 치엔이 떠난 뒤에도 그는 모더나 지분을 쥐고 남았다. 그 지분이 그의 자산을 체온계처럼 오르내리게 했다. 2020년 11월 코로나 백신 기대감에 주가가 치솟자 포브스는 그를 억만장자로 집계했다. 팬데믹이 끝나고 주가가 무너지자 체온도 식었다. 주가가 바닥을 찍은 2026년 1월 2일, 그의 모더나 지분 가치는 3억 4,300만 달러였다. 반전은 8월 19일 하루 만에 왔다. 약 3%로 알려진 지분 가치가 치솟으면서 그의 순자산은 약 17억 달러로 추산됐다. 랭어는 다시 억만장자가 됐다. 같은 날 지갑이 불어난 공동창업자가 한 사람 더 있었다.

누바 아페얀

누바 아페얀 : 인체라는 약 공장

누바 아페얀은 1962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아르메니아계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1975년 내전을 피해 가족과 캐나다 몬트리올로 건너갔고, 1987년 MIT에서 생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는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을 세웠다. 유망한 회사를 고르는 대신 회사를 직접 설계해 세우는 방식이었다. 로시의 기술을 본 아페얀은 한 걸음 더 나간 질문을 던졌다. 세포를 되돌릴 수 있다면, 인체가 필요한 단백질을 스스로 만들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이 모더나가 됐다. 그는 지금도 모더나 이사회 의장이다. 8월 19일 그의 순자산은 1억 8,400만 달러 늘어난 21억 달러로 추산됐다. 가설에 돈을 건 사람은 떠나지 않았다. 다만 가설을 약으로 바꾸는 일은 개발자들의 몫이었다.

탈 잭스

탈 잭스 : 결말을 미리 쓴 개발자

탈 잭스는 사노피에서 글로벌 종양학 부문을 이끌다 2015년 3월 모더나 최고의료책임자(CMO)로 영입됐다. 그해 10월 22일 모더나는 온카이도, 발레라, 엘피데라에 이어 네 번째 벤처 카페르나를 세웠고, 잭스가 임시 사장을 맡았다. 카페르나의 목표는 하나였다. 환자 개개인의 종양 변이에 맞춘 백신을 몇 주 안에 소량으로 만드는 것이다. 대량생산이라는 제약 산업의 문법을 처음부터 포기한 설계였다. 출범 당시 잭스는 이렇게 말했다. "면역계를 특정해 활성화하는 우리의 능력은 PD-1 항체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와 시너지를 낼 것이다." 11년 뒤 키트루다 병용 3상의 결과를 정확히 겨냥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은 암이 아니라 코로나였다. 그는 팬데믹 백신 개발을 이끌었고, 2021년 2월 25일 사임을 발표한 뒤 그해 9월 회사를 떠났다. 지금은 오비메드 파트너다. 암 백신의 첫 문장을 쓴 사람은 결말을 회사 밖에서 지켜봤다. 코로나 백신을 둘러싼 퇴장은 또 있었다.

몬세프 슬라위

몬세프 슬라위 : 이사회 의자와 워프 스피드

1959년 모로코 아가디르에서 태어난 몬세프 슬라위는 GSK에서 백신 개발을 약 30년간 이끈 면역학자다. 2017년부터 모더나 이사회에 앉아 있었다. 2020년 5월 미국 정부는 코로나 백신 가속 프로그램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의 수석 고문으로 그를 불렀다. 문제는 의자였다. 정부 백신 사업의 책임자가 특정 백신 회사의 이사라는 점을 두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이해충돌을 제기했다. 슬라위는 모더나 이사직을 내려놓고 약 1,000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처분했다. 모더나는 그해 12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훗날 스파이크박스라는 이름을 얻은 백신이다. 그의 퇴장은 코로나 시기의 모더나가 국가 사업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는 증거였다. 그 한복판에서 끝까지 플랫폼을 지킨 사람은 따로 있었다.

스티븐 호그

스티븐 호그 : 한 사람만을 위한 공장의 관리인

앰허스트 칼리지와 UCSF 의대를 나온 스티븐 호그는 맥킨지 헬스케어 부문 파트너를 거쳐 2012~2013년 모더나에 합류했다. 2015년 사장이 됐고, 그해 10월 연구개발 총괄이 떠나자 mRNA 플랫폼 관리가 그에게 넘어왔다. 창업자와 개발자가 차례로 떠나는 동안 그는 자리를 지켰다. 지금은 감염병 백신과 개인 맞춤형 신생항원 치료(INT) 사업을 함께 총괄한다. INT의 공정은 코로나 백신 공장과 정반대다. 수술로 떼어낸 종양과 정상 세포의 유전체를 비교해 암세포에만 있는 신생항원을 최대 34개 골라내고, 이를 mRNA 한 가닥에 담는다. 조직 채취부터 투여까지 약 6주가 걸리고, 환자는 3주 간격으로 최대 9번 맞는다. 한 사람만을 위한 공장이다. 반면 감염병 가지는 흔들렸다. 2026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모더나의 mRNA 독감 백신 허가 신청에 심사 거부 통지를 보냈다. 3상에만 10억 달러 가까이 들인 프로그램이었다. 호그는 "난데없이 날아온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감염병 가지가 꺾일수록 암 가지의 무게는 커졌다. 다만 그 공장의 제품은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딘 리

딘 리 : 두 번째 기둥

딘 리는 유타대에서 20년 넘게 혈관생물학을 연구한 심장학자다. 연구실 성과로 신약개발사 리커전 등을 공동 창업한 뒤 2017년 머크에 합류했다. 2021년 1월부터는 머크 연구소(MRL) 사장을 맡고 있다. 1891년 설립된 머크에게 모더나는 한참 어린 파트너다. 그런데도 머크는 2016년 이 신생 바이오텍과 손을 잡았고, 2022년 10월 12일 2억 5,000만 달러를 내고 옵션을 행사해 비용과 이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머크가 내놓은 기둥은 키트루다다. 인티스메란이 숨은 암세포의 맨얼굴을 드러내면, 키트루다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에 보내는 위장 신호를 끊는다. 3상 책임연구자 조지나 롱은 이번 결과를 환자 종양 고유의 변이 '지문'에 기반한 치료가 거둔 첫 3상 성과라고 평가했다. 리는 수술 직후처럼 병의 초기에 개입해야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날 머크 주가도 두 자릿수로 올랐다. 두 기둥 중 하나는 머크의 몫이었다. 나머지 하나에 회사 전체를 건 사람은 따로 있었다.

스테판 방셀

스테판 방셀 : 두 번째 주사위

1972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태어난 스테판 방셀은 일라이 릴리와 진단기기 회사 비오메리외를 거친 경영자다. 2011년 10월 모더나 CEO에 오른 그는 '유전자 소프트웨어' 모델을 회사의 뼈대로 세웠다. mRNA 염기서열만 바꾸면 치료제를 연달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첫 번째 주사위는 2020년의 코로나였다. 2021년 매출은 184억 7,000만 달러를 찍었다. 그러나 2025년 매출은 19억 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순손실은 28억 달러였다. 방셀은 코로나로 번 자본과 공장을 두 번째 주사위인 개인 맞춤형 암 백신에 던졌다. 8월 19일 그는 "개별 환자의 암에 맞춘 mRNA 치료를 만든다는 생각은 수년간 열망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날 그의 순자산은 25억 달러 늘어난 48억 달러로 추산됐다. 주사위는 굴렀다. 아직 멈추지는 않았다.

데릭 로시와 케네스 치엔에게 인티스메란은 자신들이 떠난 뒤에야 맺힌 열매다. 탈 잭스와 몬세프 슬라위에게는 회사 밖에서 확인한 예고편의 결말이다. 로버트 랭어와 누바 아페얀에게는 하루 만에 되찾은 억만장자의 지위다. 딘 리의 머크에게는 키트루다가 들어설 다음 자리다. 스테판 방셀과 스티븐 호그에게는 코로나 이후 회사를 떠받칠 거의 유일한 기둥이다. 아홉 가지 셈법이 모두 발표문 한 장에 기대고 있다. 그런데 그 발표문에는 아직 핵심 숫자가 없다. 모더나는 3상의 세부 수치도, 환자가 실제로 더 오래 사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2b상의 5년 추적 결과가 가장 구체적인 근거다. 재발·사망 위험을 49%, 원격 전이 위험을 59% 낮췄다. 재발을 늦추는 것과 생명을 늘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환자 한 명당 최소 1억 원에서 수억 원이 거론되는 가격표도 그대로 남아 있다. 폐암과 방광암, 신장암, 췌장암으로 이어지는 나머지 임상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이 셈법들이 비로소 맞아떨어진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눈금은 아직 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