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10

이재명 공소취소모임의 얼굴들

박성준의 105명, 김승원의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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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의 결의대회

2026년 2월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105명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민주당 의원 162명 가운데 64.8%에 해당하는 숫자다. 원내 최대 의원모임인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줄여서 공취모가 이렇게 출범했다. 결의문은 공소취소와 국정조사를 "사법 정의 실현과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불렀다.

행사장 바깥 분위기는 결의문과 달랐다. 몰려든 지지자 일부가 "정청래를 제명하라"고 외쳤고, 김준혁 의원이 나서서 "행사를 해야 되니 자제해 달라"고 말려야 했다. 하루 전에는 이재명 대통령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이 정청래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을 강제로 탈퇴시켰다. 닷새 전에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방송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미친 것 같은 짓을 하면 그들이 미쳤거나 제가 미쳤거나인데, 제가 미친 것 같진 않다."

명분은 공소취소 하나였다. 이 방에 들어온 105명에게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박성준

박성준 : 측근의 깃발

상임대표 박성준은 박찬대의 측근이다. 박찬대는 2025년 8월 2일 당대표 경선에서 정청래에게 38.26%로 졌다. 그로부터 반년 뒤, 그 측근이 원내 최대 모임의 맨 앞에 섰다. 계파 결집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성준은 이 문제에는 정치적 시각이 끼어들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출범 사흘 뒤인 2월 26일, 당 공식 기구와 겹친다는 논란이 일었다. 공취모는 해산하지 않았다. 대신 공소취소가 이뤄질 때까지 모임을 유지하되 공식 활동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3월 19일 박성준은 국정조사 특위의 민주당 간사를 맡았다. 4월 19일 특위에서는 검찰이 핵심 증거의 출처와 원본 파일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깃발은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깃발을 함께 들었던 손 하나가 곧 법무부로 향한다.

김승원

김승원 : 20일짜리 장관 후보

공동대표 김승원은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했고, 국정조사 특위 위원도 맡았다. 그로부터 반년 뒤에는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됐다. 8월 18일 정성호 장관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의를 냈고,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공취모 대표'인 김승원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야당은 이를 "대통령 공소취소 돌입"이라고 받아쳤다.

9월 3일 청문회에서 김승원은 스스로 선을 그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소취소를 할 직접적인 권한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을 통해서 지휘를 하는 것도 그럴 생각은 없다." 공소취소를 외쳐 온 모임의 대표가 공소취소를 지휘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9월 17일 청문보고서는 여당 단독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청탁 의혹과 가족 특혜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명 20일 만인 9월 19일, 그는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물러났다.

이건태

이건태 : 변호인에서 간사로

이건태는 검사 출신 변호사다. 대장동 사건에서 정진상 전 실장 측 변호를 맡았고, 2024년 4월 경기 부천에서 당선됐다. 2026년 1월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는 20.59%로 4위에 그쳐 떨어졌다. 세 자리 가운데 두 자리는 친청계 이성윤·문정복이 가져갔다.

한 달 뒤 그는 공취모 간사가 됐다. 친청 인사들이 명단에서 빠졌다는 지적에는 모임이 열려 있어서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고 답했다. 2월 27일에는 당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간사도 맡았다. 대장동 사건의 변호인이 대장동 수사를 조사하는 자리에 앉은 것이다. 4월 19일 특위에서는 수사팀이 이례적으로 교체되면서 첫 결론이 뒤집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석에서 열지 못한 문을 국정조사로 열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용우

이용우 : 직장갑질119의 변호사

이용우는 1974년생 노동 변호사다. 2017년 '직장갑질119'를 만들었고, 2024년 2월 민주당에 입당한 뒤 인천 서구을에서 56.53%를 얻어 당선됐다. 초선인 그가 공취모 운영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출범 당일 그는 "짧은 시간에 에너지가 모여 결집"했다며 계파 모임이라는 시선에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동선은 공취모가 가는 길과 정확히 겹친다. 2월 27일 당 국정조사 추진위원, 3월 15일 추진위 기자회견, 3월 19일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위원 11명 중 한 명. 모임과 당 기구, 국회 특위를 모두 거친 드문 초선이다. 노동 현장의 갑질을 고발하던 변호사가 이제 검찰의 기소를 고발하는 자리에 섰다. 그 옆에는 더 젊은 변호인이 있었다.

김동아

김동아 : 1987년생 방어선

김동아는 1987년생이다. 201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021년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국민검증법률지원단 팀장을 맡았다. 대장동 재판 초기 대응에 가장 크게 기여했고 정진상 측 변호에도 참여했다. 2024년 서울 서대문갑에서 50.75%로 당선됐고, 공취모에 합류한 뒤 당 국정조사 추진위원 12명 명단에도 들었다.

그의 싸움은 한동훈에게까지 번졌다. 9월 13일 김동아는 한동훈 의원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고발인 조사에 출석했다. 한동훈이 SNS에 올린 자료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여서 제3자인 공익제보자가 구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변호인이 이제 고발인이 됐다.

양부남

양부남 : 검사장의 두 번째 변론

양부남은 1961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부산고검장까지 지냈다. 2020년 검찰을 떠난 뒤 2021년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했고, 2022년 입당해 같은 해 9월 당 법률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서울신문은 그가 박균택과 함께 대장동·성남FC 의혹 사건 변호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2024년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됐다.

2026년 그는 2월 27일 당 국정조사 추진위원 명단에 올랐고, 3월 19일에는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위원 11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검찰 조직의 정점까지 올랐다가 은퇴한 사람이 검찰의 기소를 '조작'이라고 규정하는 특위에 앉은 것이다. 그의 경력 자체가 공취모 논리의 증빙서처럼 쓰였다. 법률가들이 국정조사장을 채우는 동안, 당권 싸움은 최고위원회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강득구

강득구 : 1친명의 사표

2026년 1월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강득구는 30.74%로 1위를 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자리를 친청계가 가져가면서 지도부 구도는 '1친명 2친청'이 됐다. 1월 23일 그는 이언주·황명선과 함께 정청래 대표에게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의 진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공취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6월 24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 그는 다음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잘못됐을 때 책임지는 것이 공을 나누는 것보다 앞선다는 이유였다. 당이 대통령과 경쟁할 게 아니라 함께 성공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김민석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8월 17일, 김민석은 54.08%를 얻어 정청래를 꺾었다. 강득구가 최고위원 자리를 내려놓은 사이, 당권은 친명 쪽으로 돌아왔다.

박선원

박선원 : 조국을 향한 칼

박선원은 공취모 참여자이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이다. 8월 17일 최고위원 선거에서 17.57%로 2위에 올라 지도부에 들어갔다. 1위는 18.35%를 얻은 친청계 최민희였다.

지도부에 들어간 지 보름 만인 9월 2일, 박선원은 조국을 겨냥했다. 앞서 조국은 민주당이 검찰의 조작을 확인하지 않은 채 공소취소를 밀어붙이면 "정치·법적으로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선원은 이 경고에 "배은망덕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며 "동지의 언어일 수 없다"고 받아쳤다. 공취모의 싸움 상대가 당내 정청래 체제에서 연대 정당으로까지 넓어진 장면이었다.

한준호

한준호 : 명픽의 낙선

한준호는 2024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한준호는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우면서도 정청래 대표의 합당에 적극 반대한 인물로 분류되며, 지도부 밖의 합당 반대파로 박홍근과 함께 묶인다. 그는 공취모에 이름을 올렸고 뉴이재명 인사로도 거론됐다.

경기지사 경선에서 그는 '명픽'으로 불렸다. 그러나 4월 7일 결과가 발표되자 추미애가 과반을 얻었고, 한준호는 현직 김동연 지사와 함께 탈락했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평가가 경선 표로 바뀌지는 않았다. 친명이라는 이름이 다수가 되자, 그 안에서는 누가 진짜 이재명의 사람인지를 두고 경쟁이 시작됐다.

이언주

이언주 : 쫓아내려면 쫓아내라

이언주는 1월 23일 합당에 반대한 최고위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었고, 공취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7월 3일 상임위원장 명단에서 빠지자 정치 보복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투자 변호사 경력과 대선후보 경제성장위원장 이력을 내세웠지만, 왜 빠졌는지 기준에 대해서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그는 당 안의 중도·우파 목소리를 대표하는 '뉴이재명 대표주자'를 자처하며 이렇게 말했다. "탈당 같은 건 안 한다. 쫓아내려면 쫓아내라." 7월 31일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최민희는 뉴이재명이 당을 갈라치기한다고 비판하며 이언주를 거론했고, 보름 뒤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했다. 공취모라는 우산 아래에서도 '이재명의 이름'을 누가 가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성준·김승원·이용우에게 공취모는 결집의 깃발이자 국회 특위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김승원에게는 장관 후보석까지 이어진 다리였지만, 그 다리는 20일 만에 끊겼다. 변호인 출신 이건태·김동아·양부남에게 공소취소는 법정에서 끝내지 못한 변론을 이어가는 일이다. 전당대회 무대에 선 강득구·박선원에게 공취모는 정청래 체제를 견제하는 명부였다. 뉴이재명으로 불린 한준호·이언주에게는 '이재명의 사람'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었다.

105명은 같은 문장을 외쳤다. 그 문장이 현실이 되지 않는 동안에도 모임은 계속 쓸모가 있었다. 4월 30일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에는 공소취소 조항이 담겼다. 9월 18일 대통령은 그 조항을 빼달라고 요청하면서도 조작 수사는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9월 23일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공소취소 여부를 판단하려면 진상조사 결과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공소는 아직 취소되지 않았다. 모임도 아직 해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