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10

원조 친명 7인회의 (마지막) 회동

원조 친명 7인회가 오랜만에 다시 모였지만 위기 타계책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는, 위기의 원인이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고, 7인회도 더 이상 하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성호김영진문진석김남국김병욱이규민이재명

위로의 저녁, 위기의 언어

2026년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법무부 김승원, 경제부총리 이형일, 국방부 강신철을 포함한 6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보다 커지던 참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조용한 저녁 자리 하나가 마련됐다. 명분은 위로였다. 사흘 전 법무부를 떠난 정성호 전 장관을 다독이기 위한 자리, 친명(친이재명)계의 원조 모임 '7인회'가 다시 모였다. 정성호, 김영진, 문진석, 김남국, 김병욱, 이규민, 임종성 — 이재명의 당내 세력이 약했던 시절부터 그의 곁을 지켜온 일곱 개 이름이다. 이 일곱 개 이름은 오랫동안 이재명의 오래된 보험증서 같은 것이었다. 위기가 닥치면 꺼내 드는, 한 번도 해지하지 않은 보험. 이날 '9월 위로 회동'에는 그중 다섯 명이 자리했다. 위로로 시작한 저녁은 이내 다른 대화로 옮겨갔다. 30%대로 내려앉은 대통령의 지지율,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불거진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 한 참석자는 훗날 이 저녁을 이렇게 요약했다. "지지율이 거의 반토막 났는데, 당장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반전 계기가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위로하러 모인 자리에서, 정작 누가 누구를 위로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진 저녁이었다.

정성호

정성호 : 39년의 마침표

1987년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만나 39년을 함께 걸어온 사이, 여권 안팎에서는 그를 '친명 좌장'이라 불렀다. 2026년 8월 18일, 정성호는 법무부 장관 사직서를 냈다. "수면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와 "검찰개혁 관련 주요 입법이 마무리됐다는 점"을 들었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는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 완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을 남겼다. 넉 달 전 국무회의에서 "잘 버티시라"며 만류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이재명이었다. 39년 지기의 만류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그를 위로하려 모인 '9월 위로 회동'의 식탁엔, 사무총장을 지낸 참모부터 아직 배지를 되찾지 못한 얼굴까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중 김영진의 계산은 정성호와도 결이 달랐다.

김영진

김영진 : 사무총장의 다른 계산

2016년 수원 병에서 처음 당선된 뒤 내리 3선, 2022년 당 사무총장과 2023년 정무조정실장을 지내며 친명계 살림을 도맡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24년 6월 한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원조 친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도, 당권을 한 사람이 오래 쥐는 것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같은 원조 친명이라도 셈법은 하나가 아니었다. 문진석의 셈법은 아예 다른 데서, 훨씬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문진석

문진석 : 텔레그램 한 줄이 지운 이름

7인회 중 유일하게 경기도 밖(충남 천안 갑)에 지역구를 둔 재선 의원이다. 202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장, 그는 대통령비서실 김남국 비서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자리에 지인을 추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필 그 화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당시 거론되던 충남도지사 출마설은 이 논란 이후 "분위기상 쉽지 않다"는 평가로 옮겨갔다. 원조 친명이라는 이름값이, 메시지 한 줄로 흔들렸다. 그 텔레그램의 수신자, 김남국의 이야기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김남국

김남국 : 추락과 재입성

99억 원대 코인 보유 논란으로 2024년 한 차례 탈당했다가 복당한 이력이 있는 안산갑 의원이다. 2025년 12월, 그는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있었다. 문진석의 인사 추천 청탁에 "훈식이형이랑 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대화가 함께 공개되며, 12월 3일 대통령실의 엄중경고, 12월 4일 사의 표명과 수리로 이어졌다. 그런데 반년 뒤인 2026년 6월 3일, 그는 안산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로 돌아왔다. 논란은 그를 비서관실 밖으로 내보냈지만, 국회 밖으로는 내보내지 못했다. 같은 식탁에 앉은 김병욱의 이력서엔 추락이 아니라, 반복되는 문턱이 적혀 있었다.

김병욱

김병욱 : 두 번의 문턱

성남 분당을에서 재선한 뒤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김은혜에게 밀려 낙선했고, 2026년 지방선거 성남시장 후보로 다시 도전했지만 48.68% 득표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낙선에도 그는 경기도 지역위원장 자리를 지키며 당무를 이어가고 있다. 7인회 중 가장 자주 문턱 앞에 선 이름이다. 그 문턱 앞에서 멈춘 게 김병욱만은 아니었다. 이규민은 아예 그 문턱을 넘어가지도 못했다.

이규민

이규민 : 판결이 끝낸 초선

안성신문을 이끌던 지역 언론인 출신으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경기 안성시 국회의원에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그러나 선거 공보물에서 상대 후보 김학용의 법안 내용을 왜곡 표기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고, 2021년 6월 수원고법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데 이어 그해 9월 30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당선된 지 1년 4개월 만이었다. 국회를 떠난 뒤 한동안 공직에서 물러나 있다가, 2025년 1월 14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으로부터 정무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되며 공적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7인회 중 가장 짧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던 이름이다. 일곱 개 이름 중 다섯이 이렇게 저마다의 무게를 안고 '9월 위로 회동'의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그 모든 무게의 최종 수신자는 단 한 사람, 이재명이었다.

이재명

이재명 : 위기의 당신

이 자리에 모인 다섯 명 모두, 이재명이 당내 세력이 약하던 시절부터 그의 곁을 지킨 이들이다. 8월 30일, 그는 법무부 김승원, 경제부총리 이형일, 국방부 강신철 등을 포함한 6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다. 리얼미터 9월 조사에서 33.8%로 3.6%포인트 더 내려앉았고, 다른 조사에서는 8주 연속 하락하며 37.4%를 기록했다. 39년 지기도, 사무총장을 지낸 참모도, 두 번 낙선한 측근도, 재판으로 배지를 잃은 동지도 모두 한 자리에 모였지만, 그중 누구도 반전의 계기를 내놓지 못했다. 오래된 보험은, 정작 필요한 순간 보험금을 내놓지 못했다.

현직 의원 김영진, 문진석, 김남국에게 7인회는 여전히 당 안에서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배지를 잃은 김병욱, 이규민, 임종성에게 7인회는 국회 밖에서도 놓지 않은 유일한 끈이다. 막 자리를 비운 정성호에게 7인회는 39년 전 맺은 약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재명에게 7인회는, 세력이 없던 시절 그를 지켰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지켜줄 방법을 찾지 못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위로하러 모인 다섯 명은 결국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 '9월 위로 회동'에서 7인회 자체를 이제 그만하자는 이야기가 함께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