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10

격변의 구글 제미나이

10억 유저를 달성한 구글 제미나이 조직은 바야흐로 연구 중심 조직에서 매출 중심 조직으로 변화하려고 합니다.

제프 딘산제이 개마왓오리올 비냐스레 비엣 꾸옥존 점퍼노암 샤지어에이던 고메즈데미스 하사비스

완성된 붕괴, 완성된 방어

2026년 8월 5일,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구글 역사상 단 두 명에게만 허락된 등급, 레벨 11 시니어 펠로우 제프 딘의 퇴사 소식이 전해진 순간이었다. 구글의 인사 체계는 최대 등급을 레벨 10으로 못 박아두었지만, 제프 딘 한 사람을 위해 그 위에 레벨 11이라는 칸을 새로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소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등급을 가진 유일한 동료 산제이 개마왓, 제미나이 개발을 이끌던 오리올 비냐스, 구글 브레인 창립 멤버 쿠 렉까지, 총 네 명이 한꺼번에 짐을 쌌다. 이들이 차린 회사의 이름은 디스커버리 루프. 구글이라는 이름값 대신 새로운 간판을 택한 이 결정은, 곧이어 노벨 화학상 수상자 존 점퍼의 엔트로픽행, 캐릭터.AI 창업자 노암 샤지어의 두 번째 퇴사로 이어지며 도미노처럼 번졌다. 겉보기엔 한 회사의 인사 소식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최소 세 갈래로 갈라진 서로 다른 셈법이 얽혀 있었다.

제프 딘

제프 딘 : 냅킨 위의 제국

1999년 구글에 입사한 제프 딘은 검색과 번역, 광고의 초창기 버전을 직접 짰고, 텐서플로우와 빅테이블, 맵리듀스까지 구글 인프라의 뼈대를 세웠다. 2011년 구글X에 합류해 딥러닝 가능성을 본 그는 전 세계 인재를 모아 구글 브레인을 만들었다. 2013년, 음성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진다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할지 냅킨에 계산해 본 그는 구글이 보유한 것과 맞먹는 CPU가 통째로 더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계산에서 TPU가 태어났다. 자신이 설계한 제국을 스스로 떠나, 그는 이제 냅킨이 아니라 새 회사의 창업 계획서를 쓰고 있다.

산제이 개마왓

산제이 개마왓 : 레벨 11의 나머지 절반

구글 역사상 레벨 11에 오른 사람은 단 두 명, 제프 딘과 산제이 개마왓뿐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두 사람이 뇌 하나를 나눠 쓰며 코딩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찰떡 파트너로 통했다. 맵리듀스와 빅테이블 같은 구글의 대용량 처리 기술 상당수가 이 조합에서 나왔다. 제프 딘이 구글을 떠나기로 했을 때, 그의 결정에 이견을 달 이유가 그에게는 없었다. 레벨 11 클럽의 두 번째 이름 역시, 디스커버리 루프의 공동 창업자 명단에 자연스럽게 함께 올랐다.

오리올 비냐스

오리올 비냐스 : 제미나이를 세우고, 제미나이를 떠나다

구글이 가장 자랑하는 AI 제품, 제미나이의 개발을 이끈 사람은 오리올 비냐스였다. 챗GPT의 독주에 맞설 구글의 답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정작 제미나이가 소비자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지금, 그가 지켜본 것은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다음 판을 짜는 일 쪽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그는 자신이 세운 프로덕트의 다음 단계를 지켜보는 대신 디스커버리 루프 창업을 택했다. 제미나이는 남았지만, 제미나이를 만든 사람은 남지 않았다.

레 비엣 꾸옥

레 비엣 꾸옥 : 구글 브레인 사총사, 마지막 퍼즐

제프 딘이 구글 브레인을 세울 때 함께한 창립 멤버 중 한 명이 쿠 렉이었다. 이 조직은 이후 구글 AI 연구의 심장부로 성장해 딥러닝 시대를 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자신이 처음부터 함께 지어 올린 조직을, 그는 조직을 세운 사람과 나란히 등지기로 했다. 왜 이직이 아니라 창업이었는지, 그는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제프 딘의 선택이 이미 그의 답이었을 것이다. 구글 브레인이라는 이름은 남았지만, 그 이름을 처음 써 내려간 사총사 중 마지막 퍼즐 하나가 이렇게 빠져나갔다. 디스커버리 루프로 향한 네 사람과 달리, 남은 이들의 목적지는 창업이 아니라 이직이었다.

존 점퍼

존 점퍼 : 노벨상 옆자리, 엔트로픽의 책상

데미스 허사비스와 함께 알파폴드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존 점퍼는 단백질 접힘이라는 생물학 난제를 AI로 풀어낸 인물이다. 동료들이 창업을 택한 사이 그는 이직을 택했다. 목적지는 라이벌 엔트로픽. 같은 상을 받은 동료가 딥마인드 회장직에 남아 있는 사이, 노벨상 수상자의 책상 하나는 이미 다른 회사로 옮겨졌다.

노암 샤지어

노암 샤지어 : 27억 달러짜리 재입사, 2년의 유효기간

현대 AI의 근간이 된 논문 '어텐션 이즈 올 유 니드'를 쓴 노암 샤지어는 한 번 구글을 떠나 캐릭터.AI를 세워 성공시켰다. 구글은 그와 그의 팀을 되찾기 위해 27억 달러를 썼다. 인재 하나를 다시 데려오는 값으로는 파격이었다. 하지만 재입사의 유효기간은 2년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다시 짐을 쌌고, 이번 행선지는 오픈AI였다.

에이던 고메즈

에이던 고메즈 : 트랜스포머의 또 다른 이름, 라이벌의 대표가 되다

'어텐션 이즈 올 유 니드' 논문에는 노암 샤지어 외에도 이름을 올린 공동 저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한 명인 에이던 고메즈는 구글을 나와 기업용 AI 회사 코히어를 세우고 대표를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트랜스포머 이탈자들이 구글 안팎에서 서로 다른 셈법으로 흩어지는 사이, 그는 이미 구글 클라우드와 정면으로 겨루는 자리에 서 있다. 창업파와 이직파가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흩어지는 사이, 구글에 남아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데미스 하사비스

데미스 하사비스 : 노벨상 받은 과학자, 일선에서 물러나다

딥마인드를 이끌어 온 데미스 허사비스는 이번에 퇴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제프 딘에 이어 정말 회사를 떠날 경우 주가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구글은 적극적으로 그를 만류했다. 결국 그는 퇴사하지 않는 대신 딥마인드 회장직을 맡으며 일선에서 물러났고, 모회사 알파벳의 최고과학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지켜온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로 단백질 접힘 문제를 풀고, 알파지놈으로 유전자를 예측하고, 코사이언티스트로 과학 연구 전반을 돕는 조직이었다. 프런티어 모델 경쟁보다 AGI 이후의 안전을 더 오래 고민해 온 그에게, 이번 후퇴는 물러남이자 동시에 본업으로의 귀환이었다.

순다르 피차이

순다르 피차이 : 딥마인드에 건 목줄

지난 5월 개발자 회의에서 순다르 피차이는 제미나이 3.5 프로를 두고 "내부적으로 쓰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6월도, 7월도, 8월도 그냥 지나갔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내부 실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사전 학습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가 택한 카드는 조직 개편이었다. 자율적으로 연구해 온 딥마인드를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로 바꿔, 연구 조직을 매출과 수익을 책임지는 조직으로 전환시키기로 한 것이다. 프런티어 모델에서 밀리는 사이, 그는 검색과 안드로이드, 클라우드라는 자신의 손에 남은 카드로 승부를 보고 있다.

코레이 카부쿠오글루

코레이 카부쿠오글루 : 회장이 비운 자리, CTO가 채우다

데미스 허사비스가 회장으로 물러나고 조직이 순다르 피차이 직속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은 딥마인드 최고기술책임자 코레이 카부쿠오글루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이끌던 수장이 한 걸음 물러난 자리에서, 이제 모델을 실제로 완성하고 출시 일정을 책임지는 부담은 그의 몫이 됐다. 딥마인드가 연구 조직에서 사업형 조직으로 체질을 바꾸는 실험은, 결국 그의 손끝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구글 브레인 사총사에게 이번 퇴사는 자신이 설계한 인프라를 걸고 새 판을 짜는 일이다. 트랜스포머 이탈자들에게 구글을 떠나는 일은 원천 기술을 들고 라이벌의 무기가 되는 선택이다. 재편 트리오에게 이 위기는 연구 중심 조직을 매출 중심 조직으로 바꿔낼 명분이다. 세 갈래 모두 구글이라는 하나의 이름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어느 쪽도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제미나이 이용자는 10억 명을 넘겼고, 구글 클라우드는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새로 쓰고 있으며, 다음 세대 모델 제미나이 4의 학습은 이미 시작됐다. 인재는 흩어졌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인프라 위에서 구글은 여전히 다음 수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