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가 아니라 145%였다. 2025년 4월 11일 미국 백악관이 밝힌 대중국 관세율이었다. 2025년 4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중국만 빼고 57개국에 대한 상호 관세는 90일 동안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중국한테만 관세를 125%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관세를 높였을 때 순종한 57개 나라한텐 자비를 베풀고 불복한 중국한테는 분노와 화염의 관세를 때리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더니 며칠 뒤 백악관이 다시 “대중 관세는 125%가 아니라 총 145%”라고 밝힌 것이었다. 근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지난 2월에 중국에 부과했던 펜타닐 관세 20%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흘러드는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산이라면서 중국에 20% 관세를 부과했었다. 125% 관세를 때리고 봤더니 그때 20% 관세를 깜빡했었다는 식이다. 한 마디로 중국한텐 묻고 더불로 갔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관세 전쟁을 벌이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미중 충돌은 2차 미중 무역 전쟁이다. 첫 포성은 트럼피 1기 집권 첫 해였던 2017년 8월에 울렸다. 도널드 트럼프 45대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에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지식재산권은 미국 빅테크들의 핵심 이해 관계였고 중국 정부도 할 말이 없는 유리한 주제였다. 지식재산권으로 명분을 쌓은 도널드 트럼프 45대 대통령은 2018년 3월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제품에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했다. 2018년 7월엔 다시 중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여하면서 1차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했다. 이때 도널드 트럼프 45대 대통령은 관세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쏘는 것을 넘어서 중국 기업인을 체포하는 인질 외교까지 벌였다. 2018년 12월 1일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구금해버린 것이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이다. 화웨이는 당시 중국 민영 기업 매출 순위 1위였다. 우리로 치면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 시절 이재용 부회장을 체포한 것이다. 이건 아무리 공산당의 권위로 무장한 시진핑 중국 정부라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초강수였다. 도널드 트럼프 45대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1차 미중 무역 전쟁이 막장까지 치닫지 않았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판데믹 때문이었다. 2020년 1월 미중이 1단계 무역 합의를 마무리한 직후 터진 코로나 판데믹은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 전쟁보다 방역 전쟁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때도 도널드 트럼프 45대 대통령은 코로나의 원산지가 중국 우환이라고 주장하면서 코로나 판데믹과 중국 때리기를 연결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47대 대통령이 펜타닐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논리는 코로나 판데믹 당시의 논리와 판밖이다. 그렇지만 도널드 트럼프 45대 대통령의 이런 집요한 중국 때리기는 계속되지 못했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한테 패배하면서 권좌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대통령이 돼서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부터 관세를 통한 중국 때리기는 숙명적 행보였단 얘기다. 45대 대통령으로서 못 다한 일을 47대 대통령으로서 마무리하려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관세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뜻이다. 화웨이 후계자 체포에 버금가는 인질 외교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트럼프 2기 때는 시진핑 중국 정부도 협상보단 보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건 2차 미중 무역 전쟁이 무역 전쟁에서 무력 충돌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것은 단지 무역 전쟁이 아니다. 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시각은 마이 피터에서 비롯된다. 마이 피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정책국 국장을 부르는 애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총사령관이라면 피터 나바로 국장은 관세 전쟁의 책사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와 피터 나바로 두 사람이 공유하는 적은 중국만이 아니다. 중국 이전에 민주당이 있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한때 민주당원이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부터 2000년대 초 빌 클린턴 행정부까지 중국과 미국의 밀착을 주도해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상원 외교위원회 시절부터 베이징과 커낵션이 있었다. 그 하이라이트가 2001년 12월 11일 중국의 WTO 가입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피터 나바로 국장 역시 민주당원으로서 클린턴 행정부가 주도했던 중국의 WTO 가입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무엇바도 피터 나바로는 영부인 힐리러 클린턴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사실 피터 나바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충성스런 민주당원이었다. 그렇지만 1992년 샌디에이토 시장 선거부터 민주당 후보로 나선 5번의 선거에서 연거푸 지면서 정치적 입장이 달라졌다. 민주당은 가망 없는 정치인 지망생 피터 나바로한테 냉랭해졌다. 피터 나바로 역시 1998년 민주당 지역 정치를 비판한 회고록 샌디에이고 컨피덴셜로 민주당과의 관계를 스스로 끝장내버렸다. 이때부터 선출직 정치인으로서의 길이 막힌 피터 나바로는 자유 무역 질서라고 하는 지배적 세계관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몰두하기 시작한다. 자유 무역을 의심하는 피터 나바로의 세계관은 경제학계에서도 이단이었다. 피터 나바로가 자유 무역 체제에 대해 공격과 관세 장벽 재건이라는 아젠다를 자신의 세계관으로 삼기 시작한 시기는 2006년 첫 책인 다가오는 중국과의 전쟁을 썼던 때부터였다. 피터 나바로의 세계관에서 주적은 중국이었다. 자유 무역 체제가 윈윈이라는 주류 담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중국이 승자이며 미국이 패자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중국에게 WTO라는 놀이터를 제공한 것은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공포와 자유 무역에 대한 불신을 더 구체화시킨 2011년 저서 중국으로부터의 죽음은 도널드 트럼프의 관심을 끌게 된다. 2011년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역시 민주당한테 외면 받은 뒤 공화당에서 대선 출마의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에게도 적이 필요했다. 도널드 트럼프 스스로 찾아낸 적은 멕시코 국경으로부터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였다. 그렇지만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로서는 더 큰 적이 필요했다. 피터 나바로가 가르킨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가 찾던 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1년 LA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피터 나바로의 책 중국으로부터의 죽음을 추천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이단 경제학자와 비주류 후보의 만남이었다. 둘의 사적 인연은 도널드 트럼프가 2017년 1월 피터 나바로를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국장으로 임명하면서 공적인 관계로까지 확장됐다. 트럼프 1기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45대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국장은 소수파였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의 배신자들과 피터 나바로의 정적들로 채워져 있었다. 관세 정책에 비판적이고 자유 무역에 친화적이었던 정통 경제관료들은 도널드 트럼프와 피터 나바로 사이를 찢어놓으려고 애썼다. 트럼프 1기 백악관 안에선 자유무역론자들과 피터 나바로의 내전이 벌어졌던 셈이다. 자유무역론과 관세전쟁론의 내전은 사실 트럼프 2기 백악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025년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계속되고 있는 혼돈은 백악관 내전의 영향이다. 단지 트럼프 1기 때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더 이상 도널드 트럼프와 피터 나바로는 백악관의 소수파가 아니다. 오히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으로 대표되는 자유무역파가 소수파다. 2차 미중 무역 전쟁이 1차보다 더 길고 더 오래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피터 나바로 입장에서 이건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승부인 것이다. 그래서 2차 미중 무역 전쟁은 절대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관세 전쟁의 결과로 미국의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것은 명약관화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누렸던 가격 혜택을 잃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피터 나바로가 원하는 것이다. 피터 나바로는 미국과 세계 무역을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전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피터 나바로는 2001년부터 이미 미국은 세계 무역 전쟁에서 졌다고 본다. 중국 중심 공급망 재편은 미국인들을 갑싼 소비에만 중독시킨 게 아니었다. 결국 제조업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고 결국 다시 중국산 펜타닐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중국은 과거 아편 전쟁에서 영국에 당했던 그대로 미국에 돌려주고 있다는 것이 피터 나바로의 시각이다. 미국은 중국산에 중독돼 있고 그걸 끊어내려면 관세라는 해독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의 시각이다. 관세는 아시아 중심이었던 제조업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시작점이다. 이것이 2025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가 관세를 중국 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57개국까지 확대한 이유다. 자유 무역 질서를 통해 아시아로 이동한 공급망을 다시 미국 안으로 가져오려면 한국과 일본과 대만과 베트남에도 관세를 때려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2001년 이전 세계 질서로의 복원이기 때문이다. 이건 도널드 트럼프가 만들려는 위대한 미국과도 연결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을 부활시키려고 한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 된 러스트벨트의 노동자 계층에게 다시 일자리를 되돌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미국에서 일자리를 가져간 아시아의 공급망 국가들한테 관세를 때려야만 한다. 도널드 트럼프 47대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적은 로널드 레이건 40대 대통령과 동급의 역사적 평가를 받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결국 소련을 무너뜨리고 냉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적은 중국이다. 그 수단은 관세다. 지금 관세는 우리 모두에게 악몽 같은 단어다. 오직 트럼프에겐 아름다운 단어다.

도널드 트럼프 스토리
125%가 아니라 145%였다. 2025년 4월 11일 미국 백악관이 밝힌 대중국 관세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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