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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키샨 다마니 : 인도의 리테일 킹

2002년, 뭄바이 교외 포와이의 낡은 상가 1층. 간판도 요란하지 않았고, 개점식에 취재진도, 리본 커팅도 없었다.

말하지 않는 남자

2002년, 뭄바이 교외 포와이의 낡은 상가 1층. 간판도 요란하지 않았고, 개점식에 취재진도, 리본 커팅도 없었다. 문을 연 사람은 매장 주인 라다키샨 다마니 본인조차 아니었다. 그로부터 23년, 그 작은 슈퍼마켓은 인도 전역 430여 개 매장을 거느린 유통 제국 DMart가 됐고, 다마니의 순자산은 282억 달러(2025년 10월 기준)로 불어나 인도 최고 부호 명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은 사람은 거의 없다. 언론 인터뷰를 극도로 꺼리고, 공식 석상에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는, 그가 하지 않은 말이 아니라 그가 조용히 반복해온 행동에서 읽어야 한다.

부친의 부고, 얼떨결의 데뷔

다마니는 1955년 7월 12일 라자스탄 비카네르에서 마헤슈와리 마르와리 가문에 태어나, 뭄바이의 단칸방에서 자랐다. 뭄바이대 상경계에 진학했지만 1년 만에 학업을 접었고, 이후 집안이 하던 볼베어링 사업에 몸을 담았다. 인생의 방향을 바꾼 건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부친의 죽음이었다.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그는 얼떨결에 주식 브로커의 자리에 앉았다. 스스로도 크게 내키지 않았던 전환이었다고 알려졌지만, 이 마지못한 데뷔가 훗날 인도 유통업 지형을 바꾸는 첫걸음이 됐다.

공매도의 계절

1980년대 말 다마니가 들어선 뭄바이 증권가는 하시드 메타가 주가 조작으로 시장을 뒤흔들던 시기였다. 다마니는 그 소용돌이의 반대편에 섰다.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종목들을 공매도해 수익을 냈고, 정작 메타·마누 마네크와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 적이 아니라 각자의 판단으로 반대편 베팅을 한 동료였던 셈이다. 1995년에는 HDFC은행 기업공개(IPO) 당시 최대 개인 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종목을 좇기보다 저평가된 자산을 사들이는 가치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굳혔다. 이 시기 그의 곁에서 투자를 배운 후배가 훗날 '인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라케시 준준왈라였다. 다마니는 스승이라 자처한 적이 없지만, 준준왈라는 평생 그를 '구루'로 불렀다.

은퇴의 타이밍

공매도로 이름을 알린 투자자가 유통업에 뛰어든 계기도 시장 안에 있었다. 1999년 그는 네룰에서 아프나 바자르 프랜차이즈 매장을 직접 운영하며 소매업의 감을 익혔다. 그리고 2000년, 닷컴 버블이 꺼지기 직전 그는 주식시장에서 전격적으로 손을 뗐다. 정점에서 발을 빼는 감각은 훗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2002년, 그는 모아둔 자본을 들고 포와이에 첫 DMart 매장을 열었다. 화려한 신사업 선언이 아니라, 시장에서 검증한 원칙 하나를 다른 업종에 그대로 옮겨 심는 작업이었다 — 싸게 사서, 오래 들고 간다.

사지 않고 빌리지 않는다

DMart를 경쟁사와 갈라놓은 건 상품이 아니라 대차대조표였다. 빅바자르를 비롯한 경쟁 유통 체인이 매장을 임차해 몸집을 빠르게 불릴 때, 다마니는 정반대로 갔다 — 매장 부지를 통째로 사들였다. 유통업체 임대료가 매출의 약 3%를 차지하고, 효율적인 매장의 EBITDA 마진이 3~4%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를 없애는 것 자체가 곧 이익률이었다. 그는 부채도 지지 않았다. 확장이 더뎌 보여도 무리한 차입 대신 자기자본으로만 매장을 늘렸고, 도시화 초기 단계라 땅값이 쌌던 지역을 골라 선점했다. 이 보수적인 셈법은 2017년 시장에서 확인됐다. Avenue Supermarts 상장 당시 청약 경쟁률은 104배에 달했고, 상장 첫날 주가는 114% 뛰었다. 화려하지 않던 대차대조표가, 가장 화려한 숫자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침묵의 복리

다마니는 부자가 된 이유를 설명한 적이 없다. 공매도로 번 돈을 부동산으로 바꾸고, 부채 대신 인내로 매장을 늘린 것 — 그가 보여준 건 오직 반복뿐이었다. 그 반복이 20여 년간 쌓여 인도 최대 유통 제국이 됐다. 다만 그의 침묵은 부의 크기만큼 후계 구도에 대한 질문도 함께 남긴다. 복리는 말이 없다. 다만 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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