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의 퇴장
2026년 8월 18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와 인사혁신처에 사직서를 냈다. 사흘 전 이재명 대통령은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그에게 "잘하시고, 잘 버티시라"고 당부했다. 정 장관은 과천청사를 나서며 "검찰개혁 관련 주요 입법이 마무리됐다"고, 그리고 수면장애로 대표되는 건강 문제를 사퇴 이유로 들었다. 표면의 문장은 담백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편집인 양상훈이 그를 "전두엽 역할을 해온 사람"이라 부른 지 채 스무 날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인기 없는 바른말을 하는 사람, 정권의 폭주를 붙잡아온 사람이 손을 든 것이다.
보완수사권이라는 마지막 저지선
정 장관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큰 틀에는 시종 찬성이었다. 다만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조항 앞에서는 멈춰 섰다.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장치가 사라지면 그 부담은 결국 피해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법리적 소신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주도한 여권 강경파는 이를 개혁에 대한 소극적 태도로 읽었다. 정 장관은 주변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형소법 개정안은 결국 그의 우려와 무관하게 당론으로 통과됐다.
공소취소라는 함정
여권이 추진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은 특검의 직무 범위에 '공소유지 및 그 여부 결정'을 담았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 자신의 사건 공소를 취소할 수 있게 되는 구조로, 삼권분립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정 장관은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공소취소는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 확인된 경우에만, 엄격한 신중성을 거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법무부 직인이 이 절차를 재가하거나 지원하는 일에 쓰이는 순간, 그 책임은 법률가로서의 이름에 고스란히 남는다. 특검법이 본격 가동되기 전에 그가 자리를 비운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위와 재판취소위원회라는 별명
법무부 직속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는 대장동,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후원금, 백현동, 위례 신도시, 경기도 법인카드 등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연루된 사건 6건을 검찰권 남용 조사 대상에 올렸다. 야당과 학계는 이를 "이재명 재판취소위원회"라 불렀다. 같은 기간 수원지검 검사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공판에서 집단 퇴정하자, 정 장관은 대검 감찰위원회의 비공개 결론(징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감찰을 거쳐 직접 징계를 청구했다. 검찰 조직 내부의 반발은 그만큼 컸다.
신앙과 세속 사이
정치칼럼니스트 강준만은 8월 11일 칼럼에서 정 장관의 병증을 다른 각도에서 짚었다. 그는 정 장관이 "이재명을 무조건 믿기로 했다"는 것, 그 믿음이 논리로 감당되지 않을 때 신앙의 영역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2022년 박지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감싸던 그는 50일 뒤 박지현이 이재명을 비판하자 "어느 날 갑자기 당대표가 된 사람"이라 깎아내렸다. 전 의원 조응천은 "장관 지명 직전 서울대 특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가 맞다'는 발언에 경악했다"고 전했고, 대장동 항소 포기, 연어 술파티 특별점검팀 구성, 검사 징계와 강등 인사를 정파적 법무행정의 사례로 꼽았다. 정 장관 자신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새벽 2시에 깼다가 한 시간 뒤 다시 깬다"고 수면장애를 털어놓았다.
전두엽의 퇴장
정 장관의 퇴장 이후 자리는 여권 강경파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10월 공소청·중수청 출범이라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바뀌는 시점에, 실무를 조율할 장관은 아직 없다. 그는 국회로 돌아가 당 통합과 하위법령 보완을 맡겠다고 했지만, 이재명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법률가로서의 소신이 부딪힐 다음 국면 — 조작기소 특검법의 실제 가동 — 은 그가 떠난 자리에서 그대로 남는다. 전두엽은 퇴장했고, 결정은 이제 다른 사람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