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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 연임 대통령의 꿈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 1호는 (자신의) 대통령 연임인 걸까요?

골프장의 셈법

7월 초의 어느 골프장.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이 한 라운딩에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섰다. 화제는 개헌이었다. 87년 체제의 한계를 설명하는 김 의원의 말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스스로도 예상 못한 말을 던졌다.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나는 개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사이에서만 오가던 한 문장은 이후 6주 동안 청와대 공식 브리핑, 국회의장의 발언, 여당 지도부의 진화, 그리고 지지율 그래프까지 끌고 다녔다. 셈은 그때부터 복잡해졌다.

청와대의 답

8월 14일 오후, 청와대 관계자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성에는 공감하되, 내각제나 특정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칭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가 붙었다. 개헌은 국회 재적 20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국회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도 재확인됐다. 여러 차례 밝혀온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처럼 보였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13년이라는 숫자

발단은 7월 27일, 국민의힘 소속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의 유튜브 발언이었다. "여권 내부로부터 이 대통령이 개헌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5년 단임을 채운 뒤 4년 중임제로 개헌해 재출마하면 최대 13년 집권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권력에 취하면 약이 없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논란은 하루 만에 국회로 옮겨붙었다. 7월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부인이 아니라 유보였다. 다만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아 두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 자신은 그 13년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

갈라진 여당

7월 29일, 논란은 여당 내부로 번졌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헌법상 대통령 임기 연장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개헌 당시 대통령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대통령 연임을 하려고 한다고 기정사실로 해서 정치적 총공세를 펴고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같은 날 당권주자들의 반응은 결이 달랐다. 정청래 후보는 페이스북에 "조 의장이 다시 해명하고 필요하면 사과도 고려하는 게 어떨까"라고 적었고, 송영길 후보는 라디오에서 "발언 자체가 적절치 않다, 사과는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민석 후보는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은 비현실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 맞서는 방어와, 자기 진영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는 진화가 같은 날 같은 당에서 동시에 나왔다.

단축이라는 방패

정작 대통령 본인의 반박은 명확했다. "독재니, 연임이니 그런 이야기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 수준에서 통하겠냐." 임기를 스스로 줄이겠다는 카드는 연임 의혹을 정면으로 막아서는 방패처럼 보였다. 그러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월 14일 정반대로 읽었다. "임기를 포기한다니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느냐." 그는 페이스북에 분권형 개헌을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지금 쥔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 적었고, "'임기단축 개헌을 끝으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가 당당하게 재판을 받겠다' 이렇게 말한다면 혹시라도 좀 믿을 수 있으려나"라며 실현 가능성 자체를 의심했다. 같은 발언을 두고 방패와 꼼수라는 정반대의 이름이 붙었다.

부동산이라는 그림자

의혹은 권력구조 논쟁 밖에서도 제기됐다. 같은 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청와대가 직접 개헌 문제를 꺼냈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부동산이나 신경 쓰라"고 쏘아붙였다. 그가 지목한 것은 연임이 아니라 타이밍이었다. 부동산 세제 개편과 대출 규제로 청년 주거 불만이 쌓인 시점에, 개헌이라는 큰 의제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카드로 쓰인다는 지적이었다. 연임 의혹과는 결이 다른, 그러나 같은 발언을 겨눈 또 하나의 화살이었다.

공소취소, 또 하나의 셈

개헌과 나란히 놓인 또 다른 변수는 대통령 자신의 형사재판이었다. 여당이 발의한 조작 기소 의혹 특검법은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6월 9일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최소한 진상 규명은 해야 되겠죠", "법과 상식에 따라서 잘못됐으면 시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특검이 실제로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8월 들어 이 지점을 개헌과 한데 묶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판 취소나 연임 개헌과 관련해 본인의 분명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한발 더 나갔다. 검찰의 공소 취소 시도가 반대에 부딪히자 "연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었다. 두 개의 셈이 한 문장, 한 해석 안에서 만났다.

강단 밖의 우려

비판은 정당 밖에서도 나왔다. 차진아 교수는 조정식 의장의 발언을 두고 "독일이었다면 이런 발언을 한 국회의장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탄핵됐을 것"이라고 했다. 8월 9일에는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명예교수가 "부분적인 정치집단의 주관적 의지를 관철하려는 의도로 헌법 개정이 논의된다면 그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고, 서채완 시민개헌넷 공동사무처장은 "개헌이 집권 세력의 권력 연장을 위한 것"으로 비치는 상황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여야 공방과는 별개로, 헌법 자체를 다루는 이들의 언어는 한 단계 더 조심스럽고 한 단계 더 단호했다.

13년과 43.3%

청와대는 4년 중임제를 답으로 내놓았고, 대통령은 임기 단축이라는 방패까지 꺼내 들었다. 헌법 128조 2항은 그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안전장치를 여전히 쥐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유보적 답변, 여당 내부의 사과 요구, 학계의 경고는 그 안전장치가 절대적인지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지 못했다. 그사이 리얼미터 지지율은 7월 말 45.9%(증시 폭락·부동산 세제·연임 개헌 논란이 복합 원인으로 꼽혔다)에서 8월 초 43.3%(부동산 세제 잡음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후속 논란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로, 취임 후 최저치를 두 번 연속 갈아치웠다. 골프장에서 나온 한 문장이 만든 13년의 셈법은, 지지율 곡선 위에서도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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