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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그리핀 : 위기를 사들이는 밤

켄 그리핀은 이번에도 정확한 상황 인식으로 2001년 엔론부터 이어진 시타델의 전설을 이어갔습니다.

위기를 사들이는 밤

2026년 7월 29일 밤, 마이애미의 시타델 본사. 켄 그리핀은 공동 최고투자책임자 파블로 살라메, 최고운영책임자 제럴드 비슨, 지분 퀀트 연구 책임자 페리 바이스, 최고법률책임자 숀 페이건을 소집했다. 시장에는 이미 소문이 돌고 있었다. 전 오픈AI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세운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마진콜에 몰렸다는 소문이었다. 그날 아침 그리핀은 아셴브레너와 직접 통화했다. 그리고 밤새 임원진과 함께 상대 펀드의 자산 목록과 유동성을 뜯어봤다. 다음 날 아침, 시타델은 100억 달러가 넘는 포트폴리오를 손에 넣었다.

439%에서 67%로 — 붕괴의 곡선

콜롬비아대학교를 19세에 수석으로 졸업하고 오픈AI 슈퍼얼라인먼트팀을 거친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2024년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를 세웠다. 같은 해 그가 쓴 165페이지 분량의 에세이 "Situational Awareness: The Decade Ahead"는 2027년 무렵 AGI가 출현하며 진짜 병목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전력·냉각·메모리 같은 물리적 인프라가 될 것이라 예고했다. 패트릭 콜리슨, 냇 프리드먼, 다니엘 그로스 등이 자금을 댔고, 그는 전 재산을 걸었다. 2026년 6월 말까지 수익률은 연초 대비 439%. 그러나 7월, AI 관련주가 무너지며 포트폴리오 가치는 한 달 만에 67% 증발했다.

바벨의 설계 — 전력과 옵션 사이

2026년 3월 31일 기준 SEC에 제출된 13F 공시를 보면, 아셴브레너의 확신은 정교한 구조로 짜여 있었다. 현물 주식 38억 6,000만 달러 중 76%가 다섯 종목에 몰렸다 — 전력망 지연을 온사이트 연료전지로 우회하는 블룸에너지(22.8%), 메모리 병목의 샌디스크(18.8%), 네오클라우드 코어위브(14.4%), 그리고 비트코인 채굴시설을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아이렌·코어사이언티픽(합산 20.5%). 동시에 84억 6,0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풋옵션(SMH·엔비디아·오라클·브로드컴·AMD)으로 밸류에이션 조정 위험을 막았고, 마이크론과 TSMC에는 풋과 콜을 동시에 매수하는 스트래들로 변동성 자체에 베팅했다. 병목에는 현물로, 과열에는 파생상품으로 응수하는 양면 구조였다.

엔론에서 여기까지 — 반복되는 사냥법

그리핀의 이력에는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2001년 엔론이 파산하던 그날, 그는 전용기로 경영진을 보내 에너지 트레이더들을 영입했다. 2006년에는 천연가스에 베팅했다가 무너진 아마란스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서브프라임 위기에 휘청이던 소우드캐피탈의 자산 대부분을 하룻밤 사이 사들였다. 2021년 게임스톱 사태 때는 포인트72와 함께 멜빈캐피탈에 27억 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그 목록의 다섯 번째 이름일 뿐이다. 남들이 강제로 팔아야 할 때, 그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10%의 셈법

파이낸셜타임스는 시타델에 넘어가기 직전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약 160억 달러로 추산했다. 시타델은 시가 대비 10% 할인된 가격에 이를 인수했다. 아셴브레너는 투자자 서한에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썼다. 역설은 여기 있다 — 그의 인프라 병목 이론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그를 무너뜨린 건 방향이 아니라 레버리지와 옵션의 시간가치 소멸이었다. 거래 후 그의 펀드에 남은 자산은 앤스로픽 등 비상장 지분을 제외하고 약 100억 달러로 줄었다. 시타델이 매물을 받아낸 뒤 AI 관련 종목들은 반등했다. 방송에서는 이 거래를 두고 'AI 거래의 바닥을 알리는 청산 이벤트'라는 말이 나왔다.

같은 창업자, 다른 회사

거래 사흘 전인 7월 27일, 시타델증권의 한 전략가는 "7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는 이례적인 보고서를 냈다. 시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던 시나리오였고, 결과적으로 연준은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시타델증권이 금리 인상 공포를 퍼뜨려 시장을 흔든 뒤, 같은 창업자의 헤지펀드가 강제 매물을 싸게 주워 담았다는 의혹이 돌았다. 그러나 두 회사가 사전에 공모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시타델증권과 헤지펀드 시타델은 같은 창업자를 두고 있지만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회사다. 의혹은 남았고, 증거는 없었다.

포식자와 구원자 사이

그리핀은 하룻밤 사이 위기에 빠진 펀드를 헐값에 흡수했다. 그가 사들인 건 부실 자산이 아니라, 맞는 이론과 잘못된 레버리지가 뒤섞인 정교한 포트폴리오였다. 누군가에게는 구원자였고, 누군가에게는 옳았던 이론까지 통째로 삼킨 포식자였다. 시타델은 이번에도 위기를 사들였고, 시장은 이번에도 그의 계산을 증명해줬다. 그러나 같은 창업자가 소유한 두 회사 사이의 경계는 이번에도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채 남았다. 위기를 사들이는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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