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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센트 : 엔화 우주 방어전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엔화를 사들여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를 우주 방어하려고 합니다.

책상 위의 경고장

2026년 7월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각료회의를 취재하던 사진기자들 앞에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의 메모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할 일: 일본엔 50억~100억 달러 매입." 우연히 노출된 것처럼 보였지만 우연이 아니었다. 그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64엔에 근접하며 4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일본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단독 개입에 나선 뒤였다. 베센트의 메모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미국이 엔화 방어에 가세한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이 장면의 진짜 수신자는 도쿄가 아니라 미국 국채 시장 그 자체였다.

역대급 개입의 순간

7월 30일 일본 재무성은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투입 규모는 약 590억 달러로, 하루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다음 날인 31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재무부를 대신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였다. 달러를 직접 팔지 않고 유로를 경유한 것은, 달러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을 줄이면서 엔화 매수 효과만 취하려는 계산이었다. 8월 3일 일본 가타야마 사스키 재무상은 미국과의 공동 개입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일 공동 개입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처음이었고, 엔화 약세를 저지하는 방향으로는 1998년 이후 28년 만이었다.

일본은행을 이긴 남자

베센트가 시장에서 얻은 별명은 하나가 아니다. 그는 조지 소로스가 이끌던 헤지펀드에서 환율 트레이더로 경력을 쌓았다. 2012년, 일본에서 아베 신조가 총리 복귀 조짐을 보이자 베센트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앞세운 아베노믹스를 미리 읽고 엔화 약세에 베팅했다. 실제로 엔화는 이후 몇 년간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고, 그는 거액을 벌어들였다. 일본 언론은 그를 "일본은행을 이긴 남자"라 불렀다. 시장에서 통화를 흔들던 그가 이번에는 정부의 이름으로 반대 방향의 베팅에 나섰다. 환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이번엔 시장을 겨누는 쪽이 아니라 막는 쪽에 섰다.

메모가 노출된 이유

개입 전날인 7월 30일, 뉴욕 연은은 시중은행들에 전화를 돌려 환율 동향을 묻는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 시중은행들에게 이것은 익숙한 신호다 — 개입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베센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소셜미디어에 "추가 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고, 8월 3일에는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는 문구로 미일 동맹의 무게를 실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노출된 메모는 이 구두개입 연쇄의 정점이었다. 실제 매입 규모보다, 시장이 그 메모를 보고 무엇을 상상하게 만드느냐가 그에게는 더 중요했다.

진짜 방어선은 국채였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다. 보유액은 약 1조 1,4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화를 방어하려면 일본은 달러가 필요하고, 달러를 마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보유한 미국 국채를 시장에 파는 것이다. 문제는 당시 미국 국채 시장 자체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30년물 금리는 19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재무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계속해야 하는 처지였다. 여기에 일본까지 국채를 내다 팔면 금리는 더 오르고, 그 부담은 미국 정부의 이자비용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되돌아온다. 베센트가 꺼낸 해법은 '피마 레포'였다. 일본이 보유한 국채를 팔지 않고 뉴욕 연은에 하루짜리로 맡긴 뒤 그만큼 달러를 빌리는 방식이다. 정기예금을 해지하지 않고 그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과 같은 구조다. 국채는 시장에 나오지 않고, 일본은 필요한 달러를 확보한다. 그는 이 한도를 앞으로 더 늘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엔화 다음에 남는 것

베센트는 엔화를 지켜낸 재무장관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지킨 것은 도쿄의 통화가 아니라 워싱턴의 금리였다. 피마 레포는 국채 매도를 늦출 뿐, 미일 금리차라는 근본 원인을 없애지 못한다. 엔화가 다시 눌리면 일본은 또 국채를 저당잡혀야 하고, 그 한도는 무한하지 않다. 헤지펀드에서 시장을 상대로 베팅하던 남자는 이제 정부의 이름으로 시장과 협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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