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라는 담보물
2026년 7월 30일 목요일, 유럽축구연맹(UEFA) 55개 회원국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건은 하나였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내놓은 200억 달러, 약 29조 원짜리 자회사 설립안. 자회사 이름은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였다. 하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월드컵을 비롯한 FIFA 주관 대회의 방송권과 스폰서십, 티켓팅을 통째로 관리하고, 그 지분의 최대 20%를 민간 투자자에게 팔아 최대 42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 앵커 투자자로는 조슈아 쿠슈너의 투자사 트라이브캐피탈이 이름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이었다. 인판티노는 축구를 팔고 있었다.
아트 오브 셀
거래는 협박과 당근으로 완성됐다. FIFA는 211개 회원국 축구협회에 서한을 보냈다. 9월 19일까지 자회사 설립안에 찬성하면 2027~2030년 주기 동안 최대 4,000만 달러, 약 580억 원을 주겠다고 했다. 반대하면 얘기가 달라졌다. 기존 제도에 따른 기본 개발기금 약 1,000만 달러, 약 39억~50억 원만 받게 된다고 했다. 지지와 거부 사이의 간극은 열 배가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협상 교본은 딜(deal)이었다. 인판티노의 교본은 셀(sell)이었다. 세계 축구계는 이 거래에 새 이름을 붙였다. 아트 오브 셀.
143개국의 반란
숫자는 인판티노 편이 아니었다. FFE 안건 통과에 필요한 표는 211개국 중 과반, 106표였다. 그런데 UEFA 55개국,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41개국, 아시아축구연맹(AFC) 47개국을 합치면 143개국이었다. 이들 세 연맹이 나란히 등을 돌렸다. UEFA는 7월 30일 보이콧을 표결에 부치며 이렇게 밝혔다. "이는 단순한 리더십의 실패가 아니라, 세계 축구의 수호자로서 FIFA가 져야 할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제한이 전면 철회되지 않으면 유럽 대표팀은 어떤 FIFA 대회에도 출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8강 진출 팀 중 6개국, 세계 랭킹 10위권 중 6개국을 배출한 대륙이었다. CONCACAF는 적법 절차가 없었다며 거부했다. AFC는 대륙별 지지 없인 이 제안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월드컵은 매물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결론이었다.
코르데이로의 퇴장
균열은 바깥에서만 나지 않았다. 7월 31일 금요일, 인판티노의 수석 고문 카를로스 코르데이로가 사임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출신 금융통이자 전 미국축구협회장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월드컵 태스크포스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이 계획을 세 번 되풀이해 불렀다. "회원국들에게 나쁜 거래, 축구에 나쁜 거래, 이 게임의 장기적 미래에 나쁜 거래." 독일축구협회 부회장 알렉산더 베를레는 인판티노가 "거쳐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 했다. 미 하원 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 제이미 라스킨 의원은 FIFA와 트럼프 가문의 거래에 조사를 요구했다. 인판티노는 축구를 팔려 했을 뿐인데, 청구서는 트럼프의 태스크포스로도 날아가고 있었다.
인판티노의 청구서
인판티노는 200억 달러짜리 자회사로 FIFA의 재정을 4년 주기의 굴레에서 꺼내려 했다. 그 대가로 그는 55개국과 41개국과 47개국의 신뢰를, 그리고 자신의 수석 고문을 한꺼번에 잃었다. FIFA 사무국은 "아무도 축구를 팔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계약서 초안에는 이미 매수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2027년 3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인판티노는 4연임에 도전한다. 후보 등록은 11월 18일에 마감된다. 아트 오브 셀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