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의 초대장
2026년 7월 24일,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상반기 수익률을 자랑하며 8월 1일부터 신규 자금을 받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논리가 결국 시장을 이길 거라 확신했다. 그 확신이 초대장을 쓰게 만들었다.
초대장이 도착하기도 전에 손님방은 비었다. 7월 28일 이후 AI 관련주가 무너졌고, 7월 29일 밤 그는 매수자가 아니라 매도처를 찾아 전화를 돌렸다. 7월 30일 새벽, 그의 공개주식 포트폴리오 전부가 켄 그리핀의 시타델로 넘어갔다.
공교롭게도 같은 주, 그는 또 다른 초대장도 준비하고 있었다. 결혼식이었다. 하나는 응답이 없었고, 하나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세의 컬럼비아, 두 번의 실패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독일에서 의사 부모 밑에 태어나 베를린의 존 F. 케네디 학교를 다녔다. 냉전기 미군 자녀를 위해 세워진, 독일어와 영어를 함께 쓰는 학교였다. 14세이던 2016년 독일 최대 청소년 과학경진대회 유겐트 포르시트에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 15세에 컬럼비아 대학교에 입학했다. 17세에는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의 이머전트 벤처스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3학년에 조기로 파이 베타 카파(미국 최고 학부 우등생 명예회)에 뽑혔다. 2021년, 19세에 경제학과 수학통계학 두 전공 수석으로 졸업했다. 학과 교수는 "지난 20년간 이 학과 최고의 학업 기록"이라고 평했다.
졸업 이듬해인 2022년 2월, 그는 FTX 퓨처 펀드에 합류했다. 샘 뱅크먼프리드가 만든 자선기금으로, 다섯 명뿐인 팀의 일원이었다. 아홉 달 뒤 FTX가 무너졌다.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우린 아주 작은 팀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전부 사라졌고 거대한 사기와 엮여버렸다." 21세에 겪은 첫 번째 실패였다.
회복은 빨랐다. 몇 달 뒤인 2023년, 그는 오픈AI 슈퍼얼라인먼트 팀에 합류해 일리야 수츠케버, 얀 라이크와 일했다. 그러나 2024년 4월, 오픈AI는 그를 해고했다. 회사는 정보 유출이라 했고, 그는 오픈AI의 보안 취약성을 경고한 내부 메모가 진짜 이유였다고 주장했다. 한 달 뒤 슈퍼얼라인먼트 팀은 통째로 해체됐다. 23세에 겪은 두 번째 실패였다.
해고 두 달 뒤, 그는 165쪽짜리 보고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를 내놓았다. 두 번 무너진 자리에서 세 번째로 일어선 것이었다.
딥시크가 증명한 상황 인식
2025년 1월, 중국 딥시크가 추론 모델 R1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890억 달러를 잃었다. 냉전기 스푸트니크 충격에 빗댄 "딥시크 모먼트"라는 말이 돌았다. AI 인프라에 집중 투자한 신생 펀드에게는 존재 이유를 묻는 시험이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그날 팔지 않고 오히려 더 샀다. 펀드 자문 그레이엄 덩컨은 포춘에 이렇게 전했다. 한 대형 테크펀드가 투매 직전까지 갔다가 애널리스트의 한마디에 멈췄다는 것이다. "레오폴드가 괜찮다고 한다." 출범한 지 몇 달 안 된 24세 무경력 매니저의 판단이 이미 월가의 준거점이 됐다는 뜻이었다. 덩컨은 그를 서브프라임 붕괴를 먼저 읽어낸 소수의 역발상가, 마이클 버리에 비유했다.
이후 펀드는 5개 분기 만에 2억5,500만 달러에서 137억 달러로 54배 불어났다. 2025년 상반기 수익률은 수수료 차감 후 47%(월스트리트저널), 2026년 6월 운용자산은 200억 달러를 넘어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급 반열에 올랐다. 같은 기간 수익률은 매체마다 270%(WSJ)에서 439%(파이낸셜타임스)까지 갈렸다. 숫자는 흔들렸지만 방향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추에이셔널 레버리지
그의 논리는 단순했다. AI에 연산력과 전력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공급하는 기업을 사면 된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샌디스크, 코어위브, 네비우스, 블룸에너지, 비트코인 채굴주까지 담았다. 채굴장도 결국 전력 인프라라는 논리였다. 동시에 어도비 같은 소프트웨어는 공매도했다. 여기에 프라임 브로커의 총수익스왑으로 최대 4배, 일부 종목은 그 이상의 레버리지를 얹었다.
2026년 1분기 13F에는 84억6,0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풋옵션이 잡혔다. "AI를 예언한 자의 변심"이라는 헤드라인이 쏟아졌다. 그러나 13F의 명목가치는 실제 프리미엄이 아니고, 공매도한 숏 스프레드는 공시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 같은 분기 마이크론에는 풋과 콜을 동시에 들었다. 방향이 아니라 변동성에 건 흔적이었다. 방향을 하나로 단정하기엔 근거가 얇았다.
2021년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도 파생상품으로 숨긴 레버리지가 5배를 넘었다. 크레디트스위스 한 곳에서만 약 7조 원, 은행권 전체로는 13조 원이 증발했다. 이번엔 포지션이 13F로 이미 공개돼 있었다는 점이 달랐다. 7월, AI 인프라주가 일제히 꺾이며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한 달 만에 약 67% 줄었다. 4배 레버리지 아래에서 기초자산 25% 하락은 자기자본의 실질적 유실을 의미했다.
매도자의 36시간, 인수자의 36시간
진앙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폭락했고, 코스피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같은 달 국내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매일 리밸런싱하며 하락을 눈덩이처럼 불렸다. 고점 대비 80% 빠졌고, 국회에서 담당 장관이 사과했다. 실적이 아니라 레버리지 구조가 낙폭을 키운 사례였다.
담보 가치가 무너지자 프라임 브로커들이 동시에 마진콜을 걸었다. 7월 29일 밤, 아셴브레너는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제인스트리트에 매도처를 구했다. 인수 후보들은 포지션의 높은 집중도를 이유로 값을 깎았다. 7월 30일 이른 아침, 운용자산 710억 달러의 시타델과 켄 그리핀이 공개주식 포트폴리오 전부를 시장가보다 낮은 단일 가격에 통째로 사들였다. 같은 36시간이 한쪽에는 청산이었고 다른 쪽에는 쇼핑이었다.
거래 직후 시타델이 사들인 종목들은 일제히 반등했다. 일각에서는 사흘 전 시타델 시큐리티즈가 낸 깜짝 금리인상 경고를 겨냥해 자작극이라는 의심도 나왔다. 그러나 그의 자금 요청 서한은 그 경고보다 사흘 앞서 있었고, 실제 연준 표결에서도 위원 세 명이 인상에 찬성표를 던졌다. 시큐리티즈와 인수 주체인 헤지펀드 시타델은 법적으로 별개 법인이기도 하다. 시타델은 2022년 테라 사태, 2021년 게임스톱 사태에서도 배후로 지목됐지만 법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다. 불이 날 때마다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싸게 사가는 이름이 같다는 사실이 의심을 부를 뿐이다.
남은 카드, 앤트로픽
거래 이후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의 자산은 정점에서 100억 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매각 대상은 상장주식뿐이었다. 가장 큰 카드는 2025년 2월, 기업가치 600억 달러 평가로 들어간 앤트로픽 지분이다. 최근 거래 기준 앤트로픽의 가치는 9,650억 달러, 1년여 만에 16배가 됐다. 이 지분 하나가 펀드 전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주식은 청산됐지만, 비상장 자산의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그는 AI 인프라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썼다. 딥시크 충격도 맞혔고, 시타델조차 그가 사들인 종목을 그대로 사들였다. 진단은 아직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진단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는 시장의 방향은 정확히 읽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증명될 때까지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계산하지 않았다. 정확함은 레버리지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그의 펀드 이름은 '상황 인식'이었다. 같은 주, 그는 결혼식 초대장은 보냈고 응답을 받았다. 투자 초대장은 보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라는 이름은 이제 그 자신에게 되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