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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 레버리지ETF라는 정책적 도박

레버리지ETF라는 도박장은 정책 실장의 정책적 도박으로 시작됐습니다.

정책의 레버리지

2025년 6월 6일, 김용범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였다. 규제를 설계하던 사람이 이제 규제를 해체하는 자리에 앉았다.

넉 달 뒤, 그는 금융위원회 수뇌부를 직접 소집했다. "홍콩 증시에도 비슷한 상품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데, 도대체 왜 우리는 못 낸다는 것이냐." 몇 달째 반려되던 상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였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변동성을 2배로 증폭시킨다. 김용범의 말 한마디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권한을 지렛대 삼아, 금융위의 반대를 순식간에 접어버렸다.

홍콩도 하는데

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2배 레버리지 ETF가 상장됐다. 금융위 실무진과 수뇌부는 기획 초기부터 반대해왔다. 한국 증시는 두 종목의 비중이 기형적으로 크다. 여기에 2배 레버리지를 허용하면 파생상품 리밸런싱 자금이 현물 주가를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필연이라는 진단이었다.

재정경제부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 이탈하는 외국인 자본. 시중의 유동성을 국내 증시에 묶어둘 '블랙홀'이 필요했다. 금융위가 막히자 재경부는 청와대로 우회했다. 김용범이 소집을 지시했고, 금융위는 도장을 찍었다.

국민배당금과 블랙홀

2026년 5월 12일, 김용범은 다른 얼굴을 보였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로 '국민배당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반도체발 국부가 부동산으로 흡수되면 호황이 오래가지 못한다"며 보유세·양도세 조정을 경고했다. 증시로 들어온 돈이 부동산으로 새지 않게 가두는 것, 그것이 그의 유동성 설계였다.

분배자와 압박자, 두 얼굴은 같은 계산에서 나왔다. 자금은 증시 안에 있어야 했다. 레버리지 ETF는 그 가두리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딥시크 쇼크

2026년 7월 28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84%(732.09포인트) 빠져 6,023.66에 마감했다.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삼성전자 -13.39%, SK하이닉스 -14.65%. 레버리지 ETF는 20% 넘게 궤멸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을 수행 중이던 김용범은 상파울루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상하이 상장과 노광장비 기술 확보를 짚으며 "일종의 딥시크 쇼크"라고 진단했다. 레버리지 ETF 책임론에는 "중심부에서 10의 변동성이 한국에서는 20~30으로 도드라지는 구조"라며 선을 그었다. 그가 소집으로 밀어붙인 상품의 이름은, 그의 설명 속에서 조용히 지워졌다.

드러누워서라도

정작 처음 후회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2026년 6월 22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미 몸집을 14조 원까지 불린 레버리지 ETF를 두고 "효과는 별로 없고 부작용만 낳은 것 같다"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은 92%였다. 폭락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아 있었다.

경고는 그대로 묻혔다. 2026년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로서 책임은 당연히 매우 무겁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찬진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사과했다. 다음 날인 7월 30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은 레버리지 노답 삼형제를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썼다. "혼란의 도화선이자 증폭기인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여전히 작동 중인데도 당국은 한 달 넘게 '보완책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는 말도 남겼다. 김용범은 그날 브라질 순방 일정을 줄이고 조기 귀국했다. 다음 날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올리고 대용증권을 폐지하는 긴급 규제를 발표했다. 이찬진이 드러누워야 했던 날로부터, 정확히 38일이 지나 있었다.

정책의 레버리지

그가 설계한 유동성 블랙홀은 실제로 작동했다. 돈은 증시 안에 갇혔다. 다만 그가 계산하지 못한 배율이 있었다. 레버리지는 이익만큼 손실도 두 배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김용범은 자신의 권한을 레버리지 삼아 금융위를 접었다. 시장은 그 레버리지를 그대로 돌려줬다. 정책의 레버리지는, 정책실장 자신을 향해서도 작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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