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인사이트

더불어근저당 내로남불 대통령

무주택자 이재명 / 채권자 이재명

무주택자 이재명 / 채권자 이재명

2026년 7월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금호1단지 아파트 등기부에 소유권 이전이 기록됐다. 매도인은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매수인은 50대 김모씨와 조모씨. 같은 등기부 을구에는 또 다른 관계가 함께 올랐다. 채권자 이재명, 채권자 김혜경, 채무자 김씨·조씨. 채권최고액 17억7700만원.

이재명은 2월 14일 "나는 1주택자"라고 했었다. 그 집을 팔아 무주택자가 된 날, 그는 동시에 채권자가 됐다.

29억원짜리 매매였다. 시세보다 낮췄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등기부가 말해준 건 매매가가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셈법이었다. 소유권은 넘겼지만 돈은 다 받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대통령 주재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가 열리는 7월 23일, 바로 오늘까지 이 셈법은 여전히 해명 중이다.

1998년의 전세난민 / 2026년의 근저당권자

1998년 6월, 이재명은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 IMF 외환위기 한복판,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그가 처음으로 등기부에 자기 이름을 올린 집이었다. 2018년 12월, 지분 절반을 김혜경 여사에게 증여했다.

2026년 2월, 대통령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를 향해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썼다. 야권은 곧바로 분당 아파트를 겨눴다. 대통령이 관저에 살며 비거주 고가주택을 쥐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재명은 2월 14일 "나는 1주택자"라고 맞섰다. 13일 뒤인 2월 27일, 그 집은 매물로 나왔다.

28년 전 셋방살이를 벗어나게 해준 집이, 28년 뒤 그를 채권자의 자리에 세웠다.

은행의 이자 / 대통령의 무이자

근저당권은 원래 은행이 쓰는 도구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을 경우에 대비해 부동산에 담보를 잡아두는 물권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이런 거래를 '준소비대차 계약'이라 부른다. 매수인의 잔금 채무를 대출 채무로 전환하는 방식인데, 통상 세법상 당좌대출이자율(연 4.6%)이나 민법상 법정이율(연 5%)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채권최고액 17억7700만원도 원금이 아니라 이자·지연손해금·집행비용을 얹은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차입금의 110~130% 선에서 잡히는 통상적 계산법을 감안하면, 실제 빌려준 돈은 14억~16억원 선으로 추정된다는 게 업계 계산이었다.

7월 21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이 거래를 두고 경고했다. "이자율과 변제기간을 명확히 약정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무이자 대여로 간주돼 편법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정확히 하루 뒤인 22일, 청와대가 직접 확인했다. 안귀령 부대변인은 "이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고는 예언이 됐다.

규제를 만든 사람 / 규제를 피해 간 사람

정부는 고가주택 담보대출을 조이고 있다. 2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에는 최대 2억원까지만 대출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직접 설계한 규제였다.

국민의힘은 총공세로 맞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대출 규제를 피하는 꼼수도 있구나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고 했다. 함인경 대변인은 "국민에게는 대출 규제의 벽을 높이 쌓아 내 집 마련도, 갈아타기도 어렵게 만들어 놓고, 대통령은 이런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것인가"라고 물었다. 나경원 의원은 "은행 대출이 안 되면 매도인에게 직접 사금융을 빌리라는 기막힌 가이드라인"이라고 썼다. 국민의힘은 아예 '더불어근저당'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붙였다.

반론도 있었다. 법조계는 대체로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분당구청도 "근저당권 설정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확인했다. 다만 김예림 변호사는 "대출 규제로 매매가 쉽지 않았다면 가격을 낮춰 매도하는 방법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법과 위법 사이 어딘가에서, 여론은 이미 답을 정해두고 있었다.

먼저 넘긴 등기 / 나중에 받을 잔금

양지마을은 4392가구를 6839가구로 다시 짓는 재건축 선도지구였다. 2026년 1월 특별정비구역 지정·고시가 끝났고,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7월 말로 예정돼 있었다.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조합에서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려면 매도인이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이재명은 1998년부터 28년을 보유했지만, 김혜경 여사는 2018년 12월에야 지분 절반을 증여받았다. 아직 10년이 되지 않은 지분이었다. 사업시행자 지정이 확정되기 전에 소유권을 넘기지 못하면, 매수인은 '물딱지'를 쥐게 될 위험이 있었다.

청와대도 이 점을 인정했다. 안귀령 부대변인은 "물딱지가 될 수 있어서 먼저 이전하고, 미지급 잔금은 근저당권으로 담보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인은 오는 10월 말까지 17억7000만원을 상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등기는 먼저 넘어갔다. 돈은 나중에 넘어올 예정이다.

두 달 새 59.4%, 근저당의 확산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거래가 알려진 뒤, 비슷한 매물이 전국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집합건물 기준 내국인 근저당권자 수는 올해 2월 387명에서 4월 617명으로 두 달 새 59.4% 늘었다. 지난해에도 대출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5월 482명이던 근저당권자는 석 달 만에 632명까지 불어났다가, 규제가 세분화된 10월엔 425명으로 다시 꺾였다.

강남에서는 65억원짜리 집을 팔면서 25억원을 근저당과 전세로 채운 사례도 등장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출 규제가 만든 비정상적인 거래 구조"라고 진단했다. 대통령이 막으려던 시장의 우회로를, 대통령 자신의 거래가 넓혀준 셈이었다.

7월 20일, 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48.4%로 나타났다. 여야는 초박빙이었다.

무주택자 대통령, 채권자 대통령

이재명은 시세보다 낮춰 팔았다고 했다. 매각 의무가 없는 1주택자가 정책의 모범을 보였다는 설명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국민이 주목한 건 매매가가 아니라 근저당이었고, 그다음엔 이자였다. 정부가 조여놓은 대출의 문을, 대통령 자신은 개인 채권자의 자격으로 무이자로 열어젖혔다.

오늘 오전 10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가 시작됐다. 공급과 금융, 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140여 명의 참석자들 머릿속에 있는 질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대통령이 답해야 할 것은 집을 얼마에 팔았느냐가 아니라, 왜 자신에게만 이 문이 열려 있었느냐였다.

무주택자 대통령의 셈법은 끝났다. 채권자 대통령의 셈법은, 이제 국민 앞에 놓였다.

이재명와 비슷한 결정을 한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라이프 내비게이션으로 더 보기 →